대검찰청이 올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에게 폭언·폭행을 한 김대현 부장검사에 대해 해임 청구를 결정했다. 김 부장검사는 결혼식장에서 술 마실 방을 못 구했다며 폭언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질책하며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검사는 준사법기관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는 단독제 관청이다. 그러므로 검사장이나 상급자의 보조 기관이 아니다. 그럼에도 검사가 부장검사의 심부름을 해 왔음이 드러났다. 과연 이런 일이 법에 적합한 것인가.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 상호 간의 관계에 대하여 복종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검찰청법도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도록 한다. 상급자는 지휘·감독권의 행사로 직무상 명령을 할 수 있다. 직무상 명령은 원칙적으로 근무 시간 내에, 검찰청 안에서 직무에 관해서만 내려져야 한다. 상급자라도 직장 동료에 불과하여 대등한 관계가 된다.
부장검사가 퇴근 후 회식하는 자리에서 검사를 질책하는 것은 공사 분별력을 상실한 행위다. 이번 사건으로 검사 상호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상급자에 대한 복종 의무는 명시하면서도, 상급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검사의 직무 규범인 ‘검사윤리강령’에는 검사의 ‘상급자에 대한 자세’라는 규정이 있다. ‘검사는 상급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대하며…’라는 내용이다. 그러니 검사는 옷매무새 가다듬고, 두 손 모은 상태로 상급자 앞에 서야 한다. 주눅 든 검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법에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에 이견이 있을 때 검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공허한 말이다. 만약 이런 이의 제기가 활성화되었더라면 부장검사가 그토록 검사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급자에게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대하라는 규정은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이므로 삭제해야 한다. 그 대신 ‘검사 상호 간의 관계’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검사는 서로의 인격과 명예, 가치관과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또한 ‘상급자의 책무’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상급자는 공정한 직무 수행을 해치는 지시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법령에 정통하여 모범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검사의 직무상 결정은 존중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 상급자는 검찰청 내외를 막론하고 직무와 관계없는 명령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여서는 안 된다.
때마침 검찰이 개혁을 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은 검찰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대책을 기대한다. 이번 기회에 검사 상호 간의 관계 정립과 상급자의 책무에 관한 규정이라도 정비하기를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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