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살리기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대우조선 고재호 전 사장이 5조4000억 원 규모의 회계 부정을 지시하고 현 경영진이 12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대우조선 파산 때 경제에 미치는 충격,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 채권보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상화 추진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기업 비리를 처벌하는 것과 기업 정상화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우조선의 비리가 과거 경영진 시절에만 저질러졌고 현 경영진은 이를 수습하는 ‘선한 관리자’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정성립 사장은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겠다고 공언해 작년 말 4조2000억 원의 국민 혈세를 지원받고도 올 초 회계사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 정상화를 지휘할 수 있을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대우조선을 세금까지 쏟아부어 살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산은을 감독하는 금융위가 현 경영진의 회계 부정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판이다.
현 경영진 수사가 대우조선의 수주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에서 나온다지만 그렇다고 비리를 그대로 묻어둘 수는 없다. 정부-국책은행-자회사로 이어지는 카르텔을 보호하려는 방어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대우조선을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나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이 아닌 정상 기업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임 위원장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특혜 금융을 부실기업에 집어넣는 방식을 강한 구조조정이라고 봐줄 수는 없다.
정부가 부실과 비리덩어리인 대우조선 살리기에 집착하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열 필요가 있다. 추경자금 11조 원의 17%인 1조9000억 원이 조선업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대우조선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 무조건 돈만 집어넣을 수는 없다. “민생만큼은 야당 시각에서 접근하겠다”고 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앞장서 서별관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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