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오늘 청와대로 불러 오찬 회동을 한다.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내시(內侍)’라는 빈정거림마저 껴안는 뚝심으로 집권당 수장에 오른 이 대표를 흐뭇하게 맞을 것이다. 이 대표도 어제 국립 서울현충원 참배 자리에서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임기가 1년 반 남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생 경제 안보 등 화급한 국정 현안들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릴 수 있도록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그제 전당대회에서 “투철한 국가관으로 나라가 분열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이 대표를 사실상 거든 데는 내심 집권 여당의 울타리가 돼 달라는 뜻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어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예방을 받고 “대통령과 정부에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의원 자격이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박 대통령 ‘비서 출신’인 이 대표의 말은 청와대와의 원만한 당청관계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당내엔 똘똘 뭉친 친박(친박근혜)의 ‘오더 투표’로 선출된 이 대표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다수의 비박 의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호남 출신으로 3선인 이 대표가 새누리당 전체를 아우르려면 청와대와 수평적인 관계부터 설정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이 이 대표를 ‘비서 출신의 심복’ 정도로 하대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는 새누리당 대표 한 사람의 힘만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구조가 결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예방한 이 대표에게 “청와대·여당의 협조만으로는 절대 일이 성사될 수 없다”며 야당과 청와대의 중재 역할을 잘하라고 뼈 있는 말을 건넸다. 거야(巨野)가 이 대표를 대화 상대로 여기게 하려면 김무성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정례 회동부터 제도화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다섯 번 독대했지만 그중 네 번은 당 지도부와의 대화 말미에 5∼10분가량 따로 만난 것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질질 끌고 있다는 답답한 인상을 주는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와 총선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개각 작업에 이 대표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면 국민은 당청관계의 변화에 모처럼 박수를 보낼 것이다. 오늘 오찬 회동이 새로운 당청관계의 첫 출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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