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58년 개띠들의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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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58년 개띠’는 단연 주목의 대상이다. 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아이콘으로서 ‘머릿수’가 많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시절은 2부제나 3부제의 ‘콩나물 교실’에서 부대끼고 화장실 앞에 긴 줄을 서야 했다. 중고교 시절엔 평준화제도 도입으로 ‘뺑뺑이 세대’라고 불렸다. 당시 세간에는 갑작스러운 입시 변화가 박정희 대통령의 ‘58년 개띠’ 아들 지만 씨를 위한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58년 개띠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높은 인구비율 탓에 대학 예비고사와 본고사에서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거쳐야 했다. 결혼할 무렵에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40대의 문턱을 넘으니 외환위기가 터졌고 ‘사오정’(45세 정년)의 아픔을 겪었다. 인생의 고비 고비에서 한국 사회의 변혁을 온몸으로 겪은 그들의 여정은 문화적 테마로 종종 등장했다. 은희경의 장편 ‘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들의 이야기다. 시인 서정홍은 ‘58년 개띠’란 작품을 시집 제목으로 올렸다. ‘58년 개띠’란 제목의 창작무용과 다큐영화가 발표되기도 했다.

▷고난의 세월이 이들에게 남다른 끈기와 생존력을 심어준 것일까. 요즘 들어 사회 전반에서 ‘58년 개띠’가 맹활약 중이다. 지난달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급 등기임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8년생이 14.1%로 가장 많았다. 대기업 임원 10명 중 1명이 ‘58년 개띠’란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 9년 전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잘 버텨낸 결과이리라.

▷20대 국회를 두고도 ‘58년 개띠 전성시대’란 말이 나온다. 4월 총선에서 각기 상대 당의 텃밭에서 ‘생환’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대표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유승민 추미애 김성식 의원 등이 모두 동갑내기다. 한때 후배들인 ‘386세대’에 치받힌 ‘낀 세대’ 정치인들이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눈물겨운 가난과 파란만장 현대사와 더불어 쉼 없이 달려온 사람들이다.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고령화시대를 맞아 그들의 세상이 다시 열리는 것 같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58년 개띠#베이비붐 세대#새누리당#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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