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5년 단위로 추정하는 장래인구추계가 평균 10% 적게 계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보고서에서 “2026년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통계청 추계보다 107만 명(약 10%) 더 많은 1191만 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대상자가 당초 정부 예상보다 70만 명 늘어나 복지 부담도 커지므로 인구 예측 방식을 고치고 재정 안정화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KDI의 고령 인구 오차율이 과장됐다”며 실제로는 최대 18만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정부 통계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노인 인구가 통계청 추계보다 10%나 많아지면 당초 예상과 달리 소비지출 감소, 투자와 자본시장 위축, 저축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와 성장 지체가 연쇄적으로 초래되지만 정부는 미리 대비하지 못해 재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이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0.1% 수준이라 해도 2060년에는 2.8%로 점점 벌어지게 된다.
국가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한두 번 나온 것은 아니다. 통계청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5만5000원이라고 했지만 초중고교생을 둔 도시근로자 가구의 실제 사교육비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도 통계청은 상위 10%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라고 밝혔으나 국제통화기금(IMF) 연구 보고서는 45%로 파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월 기준 청년 체감실업자가 179만 명으로 체감실업률이 34.2%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공식 청년실업률은 8%였다.
이러니 청와대가 고용동향이나 가계동향 등 공식 통계를 토대로 경제정책의 성과를 홍보해도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국민이 체감하기 힘든 통계로 만든 정책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낼 리도 없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민간 연구소의 통계 오류 지적에 “신중하라”고 발끈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가 없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