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민주당 새 강령과 문재인의 안보 우클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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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채택할 새 강령·정책 개정안에 북한의 핵 위협과 단호한 대응이 명시됐다. “북한의 핵실험 등 어떠한 형태의 위협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안보 태세를 확립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안보 우클릭’이 확연하다.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10·4선언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부분도 빠졌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2007년 10월 노 대통령은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혀 파장을 일으켰고, 2012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NLL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옹호했던 데 비하면 이 조항의 삭제는 엄청난 변화다.

어제 문 전 대표는 NLL을 지키는 전초기지인 백령도를 찾아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을 격려하고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 헌화했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폭침도 5년이 지난 작년에야 북한의 공격임을 처음 인정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내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서 국가 안보를 챙기는 면모를 보여주는 것인지, 개정안대로 ‘안보 우클릭’ 의미인지 궁금하다.

당의 강령은 국민에 대한 약속과 마찬가지다. 강령에서 안보를 강조하면서 현실에선 북핵에 맞선 자위적 방위 수단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당내 강경파들을 겨냥해 “지적인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집권이 중요 과제이기 때문에 당을 이런 식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전대에서 누가 당권을 잡든 새로 만든 강령 개정안보다 좌클릭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보낸 경고다.

만일 김 대표가 집권을 위해 최소한 겉으로는 좌편향의 속내를 감춰야 한다는 의미로 말했다면 국민을 얕잡아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보수층의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백령도에서 ‘안보 코스프레’를 벌일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에 관해 달라진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다. 전대에서 강령·정책이 확정된 뒤 문 전 대표와 새 당 대표가 이를 충실히 실천할지도 국민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북한 핵실험#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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