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 번째로 단행한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중소·영세 상공인 및 서민 중심으로 대상자가 결정됐다. ‘절제된 사면’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국내 경제에서 ‘실핏줄’ 역할을 하는 서민들에게 생업에 복귀할 기회를 줘 이들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번 특별사면에서도 정치인과 공직자는 모두 배제됐으며 대기업 관계자 사면도 최소한에 그쳤다.
12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의결로 선정된 특별사면 대상자 4803명 중 1064명(22.1%)은 기업 등을 운영하다 부도를 낸 중소·영세 상공인 및 농어업인이다. 서민 중심의 특별사면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민생 안정 우선’ 정책을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특별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각계에서 특별사면의 필요성을 건의하자 ‘정치인과 공직자는 사면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최소한의 사면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 정서상 반발이 크지 않고 서민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다는 상징성을 내세울 수 있는 생계형 사범이 주로 특별사면 대상자로 오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민 중에서 수감 전 생업 활동을 활발히 하던 상공인, 농어업인을 특별사면의 핵심대상자로 정한 것도 ‘민생 안정’이라는 대의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불가피하게 경제사범으로 전락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다시 기회를 준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142만 명에 달하는 도로교통법 위반자의 행정제재를 대폭 감면해 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운전면허 제재를 감면하면 대상자들이 생활에서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데 자연스럽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대형 교통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과 경각심이 높아졌고 정부도 교통사고 근절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에 따라 음주운전자와 사망사고를 낸 난폭 운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다. 특별사면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인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결국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이상득 홍사덕 전 의원, 야권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 등이 특사 대상자로 거론됐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면권을 행사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정치인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一家) 구성원 등 주요 경제인 사면 역시 이재현 CJ그룹 회장 한 명에 그쳤다. 이 회장의 경우 수감생활 때문에 자칫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고,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전원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기회를 부여하자며 사면에 찬성하면서 이례적으로 사면이 결정됐다. 다만 이 회장의 경우 확정된 징역 2년 6개월 중 형 집행이 4개월도 되지 않은 점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주요 경제인들은 여러 차례의 특별사면 전력과 죄질 등의 이유로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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