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김무성의 ‘쓴소리 투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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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15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리스닝 투어(listening tour)에 나섰다. 우리 식으로 하면 ‘민생 행보’다. 소탈한 이미지를 위해 밴을 타고 다녔는데 공화당에선 이렇게 꼬집었다. “힐러리는 여행할 때 비행기 두 대가 필요하다. 한 대는 본인과 수행단이 타고 또 한 대는 짐을 싣기 위해….” 1회 강연료가 경선 라이벌 버니 샌더스 의원의 1년 소득보다 많은 힐러리의 ‘서민 코스프레’를 공격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일부터 민생 투어를 하고 있다. 4일 경남 거제의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앞 마을회관에서 손빨래하는 사진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려 화제가 됐다. 사진 속 무대(무성 대장)는 뒤집어 입은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쩍벌남’ 자세다. 나무 빨래판까지 등장한 사진에 대해 한 방송인은 “마을회관에 세탁기가 없느냐”며 “결국 이미지 빨래하는 사진”이란 일침을 가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속옷을 빠는 모습도 나오던데 좀 남사스럽다”고 평가했다.

▷11일 전남 영광에서 무대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왕을 뽑는 게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대로 가면 나라 망한다.” 친박 강경파를 겨냥해 맨 처음 친박을 만든 사람이 자신임에도 자신을 비박(비박근혜)으로 몰고 갔다며 날을 세웠다. “최근에 와서 붙은 놈들이, 하이고, 나보고, 대표보고 그렇게 모욕적으로 발언하고 달라들고 하는 거 보면 참, 기가 막히지. 우습지도 안 하고.”

▷청와대 뒷담화도 곁들였다. 그는 “장관 한 사람이 대통령한테 등 보이면 안 된다 해서 뒷걸음질로 나오다가 카펫에 걸려 넘어진 적도 있다”며 “이건 뭐 코미디”라고도 말했다. 2006년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00일 민생 대장정’부터 근래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택시 몰고 민생 투어’까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유독 ‘발품 행보’를 앞세운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은 좋으나 대선을 겨냥한 인기몰이 이벤트라면 국민들이 호락호락 넘어갈 리 없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김무성#민생 투어#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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