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에 정부 예산 10억 엔을 신속히 출연할 뜻을 12일 밝혔다. 이로써 광복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이던 지난해 12월 28일 양국 외교장관이 타결한 위안부 협상이 합의 이행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당시 기시다 외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 것을 공개하고 위안부 피해자들 지원을 위해 한국이 설립하는 재단에 일부 정부 예산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 뒤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10억 엔 출연과 연계시켜 진척이 더뎠으나 이번엔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아 광복절 이전에 매듭짓게 됐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책임 통감’을 밝히면서도 법적 책임은 명시하지 않아 10억 엔이 배상금인지를 놓고도 한일 정부의 설명이 다르다. 하지만 대국(大局)적인 견지에서 이젠 역사적 화해를 모색할 때도 됐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외교안보 측면에서 협력해야 할 일이 많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북핵에 맞서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며 다시 북을 감싸고 나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6월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이수용 외무상에게 식량 지원을 약속한 뒤 이달 초 식량이 북한으로 들어갔고, 원유 공급과 무역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가 시작됐으나 중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한중 수교 24주년을 앞두고 지난주 한중미래연구원이 마련한 특별 좌담회에선 한중 관계가 ‘위기’로 규정될 정도다.
북의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가 복원되고 여기에 러시아까지 손을 잡으면서 한미일의 안보 협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강화는 물론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에 따라 한미일 군사협력 증대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일 모두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오늘 여야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독도를 찾았다. 우리 땅을 우리 정치인들이 찾는 것이지만 애국심 마케팅을 위해 한일 관계를 덧내는 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의 발전과 사드 배치의 당위성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 태세를 확실히 갖추고, 주변국과 우호 협력을 강화해 북의 변화와 궁극적인 통일을 도모하겠다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발신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지 미국 일본과 북, 중국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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