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靑오찬 참석인원 축소…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12일 독립유공자 초청 행사… 보훈처 “100명만 참석을” 통보
광복회측 일부 항의 의미로 불참… 보훈처 “靑서 인원 줄이라고 지시”
靑 “보훈처가 알아서 결정한 일”… 광복회 일각 “정부지침 비협조 때문”

국가보훈처가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최한 광복 71주년 기념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청와대 오찬 행사 때 대한광복회의 초청 인원을 일방적으로 축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애국지사들은 항의의 의미로 행사에 불참했다.

15일 광복회에 따르면 보훈처는 행사를 열흘 앞둔 2일 “청와대 영빈관 내 무대 설치 등으로 장소가 협소해졌으므로 광복회 참가 인원을 150명에서 100명으로 줄여 달라”고 전화로 통보했다. 광복회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과 항일전투를 한 생존 애국지사들과 순국선열의 유족들이 모인 단체다.

광복회 관계자는 “(보훈처가) 매년 150명을 초청하다 갑자기 50명을 줄이라고 해 당황했다. 인원 축소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일이라 실망하는 애국지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보훈처와 110명으로 조정해 행사에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2003∼2005년 15대 광복회장을 지낸 김우전 전 회장(94) 등 일부 원로들은 항의의 표시로 오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생존 애국지사 66명 가운데 참석한 이들은 25명에 그쳤다. 오찬에 다녀온 애국지사들은 “예년과 똑같은 장소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왜 우리에게 50명을 줄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광복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총 163명을 초청해 지난해보다 인원이 70여 명 줄었지만 정부 관계자와 각 단체장을 뺀 순수 독립유공자만 보면 해외 거주 유공자는 지난해보다 7명 더 참석했다. 광복회 인원을 이렇게 많이 줄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독립유공자 오찬에는 200∼240명 정도가 초청됐고 광복회는 매번 150여 명이 참석했다.

광복회 일각에서는 이렇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광복회가 보훈처의 입장이나 행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광복회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못하게 한 결정에 보수단체들이 지지 입장을 표명할 때 “무조건 따를 수 없다”며 광복회 이름을 빼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 보훈처 산하 단체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찬성 입장을 표명할 때에도 광복회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것이 보훈처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같은 광복회의 주장에 보훈처 관계자는 “청와대 측에 예년 수준으로 참석 인원을 보고했는데 청와대 측에서 무대 설치 등으로 달라진 영빈관 내 규모 등을 고려해 30∼40여 명 줄여줄 것을 얘기해 인원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측은 “주무 부처는 보훈처다. 보훈처가 초청 인원을 다 정한다”고 밝혔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광복회#보훈처#독립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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