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式 대선 경선? 이정현, 반기문 편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외부인사도 경쟁’ 공약에 반발 확산
국민 여론조사로 1명씩 탈락시켜… “반기문 유리한 룰 협의없이 제기” 비판
논란 일자 이정현 “독단적 결정 안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8·9전당대회 당시 약속한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을 두고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물론이고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스케 방식을 차용해 대선 경선을 치르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혔다. 내년 4, 5월경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연 뒤 일정 시점마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한 명씩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 남은 2, 3명을 대상으로 전당대회를 열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비박 성향의 대선 주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한 대선 후보 선출에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다만 한 비박 진영 의원은 15일 “당의 명운이 걸린 대선 후보 경선 방식에 대해 (당 대표가) 개인 의견을 여과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들과 경선 방식에 대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떤 방식으로 탈락자를 정할 것인지 세부 규칙으로 들어가면 논란은 더 커진다. 한 잠재적 대선 주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후보 압축 방식을 두고 후보들 간에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친박계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슈스케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박 진영의 의구심이 깔려 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은 오랜 진통 끝에 당헌·당규에 정해져 있다”며 “당헌·당규 개정 논의도 없이 대표가 성급하게 자신의 구상을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 당헌·당규에는 ‘대의원 20%, 일반 당원 30%, 일반 국민 30%, 여론조사 20% 비율로 투표 결과를 합산해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고 돼 있다.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슈스케식 대선 경선은) 문호를 개방하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것 외에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내 독단으로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시비를 걸거나 문제를 삼는 건 지나치다”며 “김무성 전 대표도 총선 공천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라는 큰 틀의 방향을 정해 놓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광복절 휴일에도 ‘나 홀로 민생 탐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농협 관계자 및 농업 전문가 등과 조찬을 하면서 풍작에 따른 쌀 소비 진작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서울 성북구 화랑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경희대를 찾아 과학자 및 학생들과 즉석 만남을 가졌다.

류병수 gamja@donga.com·신진우 기자
#슈스케#대선#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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