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8·27 전당대회 레이스가 반환점을 돌고 있지만 당권 주자 3명 모두 뚜렷한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 당 강령 개정 문제 등을 놓고 선명성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기호순)는 최근 당 강령 전문에 ‘노동자’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것을 두고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추 후보는 15일 기자회견에서도 “6·15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이 훼손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던 당권 주자들이 중반 이후에는 강령 개정 문제를 제기하며 현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마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싸우는 꼴이 되고 있다”며 “이번에 당선되는 당 대표가 대선 국면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에 출마한 사람들이 얼마나 말이 궁색한지를 알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당권 후보들은 그동안 8차례에 걸친 합동연설회에서 저마다 다른 키워드를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일한 원외 후보인 김 후보는 “제 왼쪽 옷깃에는 국회의원 배지가 없다”며 ‘자치분권정당’을 강조했다. 국회 중심의 당 운영에서 탈피하겠다는 공약으로 원외 지역위원장,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비주류 진영인 이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포함한 야권 통합”을 외치며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해 12일부터 호남에 머물며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추 후보는 연설회 때마다 “1등 후보를 깎아내리고 흔드는 것은 공정도 아니고 혁신도 아니다”라며 ‘대선경선불복방지위원회 설치’를 강조하고 있다.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현재로선 세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양상으로 보인다”라며 “계파별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인천(20일), 경기 지역(21일)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끝나봐야 당권 레이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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