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 강령 속 ‘노동자’ 문구의 삭제 여부를 17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론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후보(기호순) 등 당권 주자들이 노동계 출신 대의원의 표심을 의식해 노동자 문구 논란을 적극 활용하면서 논란은 커지는 분위기다.
더민주당 지도부는 16일 ‘노동자’라는 문구를 당 강령에서 삭제하는 안은 실무진에서 나온 안일 뿐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동자 문구 삭제 건은 당 지도부, 비대위 대표 등에게 보고 되지 않은 초안”이라며 “비대위과 당무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노동자 문구를 삭제하는) 이 문제는 제가 가장 먼저 제기해 쟁점이 됐다”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후보는 전날 “노동자 문구 삭제 말고도 10·4 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이 담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라는 단어가 빠진 것도 잘못”이라며 강령 수정 문제를 더 확대시켰다. 이 후보는 강령 전체를 재검토한 뒤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권 주자들은 노동계 출신 대의원들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합민주당 시절에는 한국노동총연맹(한국노총) 출신 인사가 대거 유입되면서 대의원 규모만 1000명이 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대의원 선거인단(총 1만900여 명) 가운데 노동자 출신은 770명에 이른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의원은 가장 적극적으로 노동자 문구 삭제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송영길 의원의 컷오프(탈락) 이후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표가 급한 당권주자들이 ‘노동자’ 문구 삭제 논란을 선거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공청회, 의원 전수 설문조사 등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가 뒤늦게 논란에 가세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당 대표 후보들이 노동계 출신 인사들을 앞다퉈 캠프에 영입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 후보는 금융노련 출신의 김기준 전 의원을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추 후보는 노동계 비례대표 후보였던 이수진 의료산업노련위원장을 공동 대변인으로 추가 선임했다.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총장 출신인 김 후보는 소장파 노동경제학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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