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단행된 개각으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 각료가 됐다. 윤 장관과 함께 현 정부 원년 멤버이던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이날 교체되면서 혼자 남은 것이다. 항간에서 얘기되는 ‘오(五)병세’ 별명처럼 윤 장관은 대통령 재임 기간과 같은 5년 내내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윤병세 장관은 이미 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외교 수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3월 11일 취임한 윤 장관은 1255일째 외교 수장을 맡아 직전 기록이던 반기문 전 장관(유엔 사무총장)의 재임 기간(1028일)을 이미 넘어섰다. 정부 수립 이후부터 따지면 박동진 전 장관(4년 8개월), 변영태 전 장관(4년 3개월)이 윤 장관보다 오래 근무했다.
개각을 앞두고 윤 장관도 교체 대상에 들어간다는 풍문이 돌았으나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앞두고 바지 수선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거취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교부 주변에서는 “윤 장관이 사심 없이 일하는 건 맞지만 이번 유임을 ‘외교 정책 문제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없었고 대북 정책도 ‘고립 압박 일변도’로 출구 없이 몰아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적지 않다.
윤 장관을 교체할 경우 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버린 대북, 대외 정책의 실책을 인정하는 것처럼 되는 데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었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후보군인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임성남 외교1차관, 조태열 외교2차관은 모두 이 정부 대외 정책의 입안 및 집행에 직접 관여해 윤 장관과 공동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외교안보라인 쇄신’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내달 박 대통령의 첫 러시아 방문, 주요 20개국(G20)·동아시아(EAS)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행사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며,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추진 중이라는 점도 윤 장관의 장수를 이어 가게 만든 요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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