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이른바 ‘건국절 논쟁’이 ‘역사 전쟁’으로 확산되면서 내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국절 논쟁은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밝힌 대목에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야권과 진보 진영의 비판이 이어지자 여당도 17일 반격에 나섰다.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날 대표·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건국절이면서 광복절로서 나라를 되새길 수 있도록 법제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야당은)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를 훼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야권은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건국절’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민주당 당권 후보인 김상곤 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임시정부 정통성을 부인하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에 (박 대통령이) 동조한 것을 두고 국민적 비난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국절 논쟁의 배경은 표면적으론 보수, 진보 진영이 건국 시기를 인식하는 이념적인 온도 차에서 비롯된다. 보수 진영은 건국일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헌국회를 세운 1948년 8월15일, 진보 진영은 상하이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로 각각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논쟁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여권이 던지는 ‘회심의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정권은 통진당 해산, 전교조 불법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이념 논쟁을 들고 나왔고, 대체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진영을 결집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야권 측 관계자는 “양 진영 모두 ‘역사 전쟁’을 통해 내부적으론 계파 갈등 완화, 외부적으론 집토끼 결집을 하겠단 계산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이정현 대표가 처음 개최한 연석회의에는 4선 이상 중진 의원 21명 가운데 8명만 참석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 대표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외부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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