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경환·안종범 안 나오는 ‘서별관 청문회’는 의미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0시 00분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어제 파행으로 끝났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산업의 부실 원인과 책임을 따지는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맞섰기 때문이다. 여야는 ‘추경안 22일 국회처리, 23∼25일 서별관 청문회 개최’를 12일 합의했다. 국회법상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일주일 전인 어제까지 여야가 증인 명단에 합의해야 한다. 자칫 청문회 때문에 추경 처리가 물 건너갈 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작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한 당시의 서별관회의 멤버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의 회계분식과 부실경영 실태를 이미 알고 있는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회생에 집착하는지, “서별관회의에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 지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홍 전 회장의 발언이 사실인지 규명하려면 이들 최종 결정권자의 청문회 출석은 필수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증인 요구를 ‘정치공세와 망신주기’로 규정하고 반대하지만 서별관회의를 주도한 핵심 인사를 증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유일호 현 부총리가 대신 설명할 수 있다는 여당의 주장은 친박(친박근혜) 실세인 최 의원을 보호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추경과 청문회가 별개라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추경에는 1조4000억 원의 구조조정용 국책은행 출자금과 2000억 원의 조선업 고용안정금이 포함돼 있다. 청문회를 통해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구조조정용 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선다.

그러나 더민주당 김현미 예결특위 위원장이 “증인 채택이 안 된 상태에서 예결위를 가동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 의결권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는 데 동의하기는 어렵다. 추경은 추락하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여당은 증인 출석에 협조하되 야당은 9월 자금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내는 게 옳다.

대우조선의 실적은 1분기(1∼3월) 314억 원 순이익에서 2분기(4∼6월) 1조2209억 원 순손실로 전환됐다. 반짝 실적이 나더라도 언제든 새로운 부실이 드러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대우조선이 산은 자회사에 편입된 2000년 이후의 장부를 모두 검증하고 정확한 실적 전망을 토대로 구조조정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최경환#안종범#서별관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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