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남시욱]한여름 밤의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올림픽 경기 보다 잠든 날 현실처럼 생생한 꿈속으로
“북, 핵실험 성공과 핵보유국 선포”, “결국 북핵무장 허용 선택한 중국”… “사드 배치로 격화된 남남갈등”
꿈이라서 천만다행이지만 그래도 중국 행보 걱정스럽다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올여름 들어 폭염이 절정에 달한 지난주 어느 날 나는 리우 올림픽 경기 뉴스를 듣다가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청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던 나는 비몽사몽(非夢似夢) 상태에서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 1

북한이 그동안 세계가 주시하던 5차 핵실험을 끝내 단행하고 말았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는 2017년 1월 20일 직전의 어느 날이었다. 김정은이 마침내 직경 90cm 이하, 탄두 중량 1t 이하의 소형화된 핵탄두 폭발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이 사실은 한미 양국의 정보당국에 포착돼 TV의 긴급 뉴스로 보도됐다. 실험 장소는 그동안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은 5차 핵실험으로 핵개발을 완료했으므로 북한도 이제 핵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한 것은 북한이 아무 발표도 없이 함구하는 점이다. 그 전과는 달리 5차 핵실험에 관해 일절 언급을 피하는 이른바 NCND(비확인·비부인) 정책으로 전술을 바꾼 모양이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를 문제 삼아 북한 제재 대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는 그날도 손을 놓고 있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몇 나라만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하간, “이제 일은 다 끝났구나…”, 꿈결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꿈 2

갑자기 요란스러운 군악대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실전배치됐다는 각종 핵탄두 미사일을 실은 차량들의 퍼레이드가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본즉, 뜻밖에도 그곳은 평양의 김일성광장이 아닌가. 광장 곳곳에 ‘위대한 김정은 원수 만세’와 ‘경축 핵보유국 주체조선’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은 김일성의 생일, 즉 태양절이라 했다. 그러고 보니 바로 2017년 4월 15일이었다. 김정은이 전 세계를 향해 핵보유국 선포를 한 것이다.

나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역시 그랬었구나” 하고 탄식이 나왔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외교적인 타격을 입고 동북아에서 미일 양국의 강력한 군사적 견제에 직면하자 기왕의 정책을 수정한 모양이다. 즉, 북한의 핵무장을 허용함으로써 군사강국을 만들어 소련과 함께 연합전선을 펴기로 방향을 바꾼 것 같다. 그 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7월 말 라오스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앞에서 지은 그 험악한 표정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날 밤은 마침 하늘에서 별똥별이 소나기처럼 시간당 100여 개나 떨어지는, 근래에 보지 못한 대규모 우주쇼가 벌어진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바깥으로 나가 우주쇼를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했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다시 꿈을 꾸었다.

#꿈 3

서울 세종대로 거리가 나타났다. 북한의 핵 보유에 고무된 친북세력 수백 명이 ‘북핵 축하’와 ‘사드 배치 철회’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대규모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행렬 중에는 ‘남북연방제’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도 보였다. 같은 시간에 청계광장에서는 200명 남짓한 보수세력이 ‘북핵 반대’ ‘김정은 타도’, 그리고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살기가 돌았다. 누군가가 비상사태 선포를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내게 일러주었다. 이번에는 장면이 내년 12월 20일 대선으로 바뀌었다.

#꿈 4

여당 1명과 야당 3명의 후보가 혼전을 벌인 19대 대선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남북연방제를 주장하는 모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와 아슬아슬한 백중지세를 연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보도는 안 됐지만, 투표 사흘 전 모 여론조사기관의 비밀조사에 따르면 이 야당 후보가 앞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다시 벌떡 일어났다. 꿈은 여기서 끝났지만 식은땀이 흘렀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인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과는 달리, 나의 이번 한여름 밤의 악몽은 그래도 꿈이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상한 행보가 과연 어디까지 갈지는 여전히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리우 올림픽#북한 5차 핵실험#김정은#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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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6-08-18 15:10:00

    지금 한반도를 둘러 싼 국제정세를 보아하니 이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사드배치 반대를 부르짖는등 국론분열을 책동하는 일부 얼빠진 정치인과 종북좌파의 행태를 볼 때 내년 대선까지 한반도는 위기상황이라 할 수있다.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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