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왜 하필 성주인지 설명 안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한민구 국방 성주 찾아 사드 설득 ‘평행선’

대화 물꼬는 텄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될 경북 성주를 방문해 간담회를 한 뒤 성주군청을 힘겹게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일부 주민은 한 장관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고 “사드 반대” “여기가 미국이냐” 등을 외치며 항의했다. 성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화 물꼬는 텄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될 경북 성주를 방문해 간담회를 한 뒤 성주군청을 힘겹게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일부 주민은 한 장관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고 “사드 반대” “여기가 미국이냐” 등을 외치며 항의했다. 성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13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배치 발표 이후 한 달여 만에 극적으로 성사된 군 당국과 성주군민들의 공식 간담회는 한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서로 차이점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17일 성주에서 열린 간담회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거듭된 사과로 시작됐다. 한 장관은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관계자와 주민, 김항곤 성주군수, 김관용 경북도지사,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여러분이 하는 어떠한 말씀도 다 들을 것이고, 걱정하는 사안에 대해 기회를 주면 설명하겠다”고 말하며 몸을 최대한 낮췄다. 그러면서 “성주는 국난이 있을 때마다 나라를 구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던 구국충절의 고장임을 잘 안다”며 북핵과 미사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한 장관의 정중한 사과로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갈등은 간담회 시작 이후 진행된 국방부의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군 당국은 성주가 사드 배치 최적지로 선정된 과정을 설명하며 한미 공동실무단이 진행한 시뮬레이션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자료 대신 파워포인트(PPT)로 대체해 설명한 자료만으로는 대구경북이 속한 중남부 지역 내 많은 시군 중 성주가 최적지로 선정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공동실무단 시뮬레이션 결과 특정 범위 내에만 있으면 성주든 성주 인접 지역이든 어디에 배치해도 군사적 효용성은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결국 주민 반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부지 마련 비용이나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 성주 성산포대여서 선정한 셈인데 이를 설명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두루뭉술하게 설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투쟁위 관계자는 “왜 하필 성주인지가 설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투쟁위 관계자는 “우리는 부지 선정 전 군 당국이 주민 건강이나 안전, 환경 영향을 고려했는지를 듣고 싶었는데 군사적인 부분만 설명해 반발만 더 키웠다”며 “결국 배치 시점을 잡아놓고 그에 맞출 수 있는 가장 편의적인 곳을 선정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제3지역’ 발언이 나오면서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영 의원이 “대통령이 사드를 배치하기로 최종 결심했다면 국방부가 (제3지역 중) 어떤 부지가 가용한지를 평가해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한 장관에게 말한 것. 이에 한 장관이 “성주지역 의견으로 (국방부에) 말씀해 주시면 검토하겠다”고 언급하자 투쟁위는 “핵심은 제3지역이 아니라 사드 배치 철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투쟁위 관계자 일부가 “안보에 관한 일인 만큼 반대만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제3지역 배치를 지지하는 의견을 내놓자 투쟁위 관계자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투쟁위 관계자는 “성주 내에서 사드를 다른 곳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투쟁위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55분까지 2시간가량 이어진 간담회는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그러나 평행선을 달린 분위기와 달리 투쟁위 측은 이런 사실이 공식화되거나 대화 단절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등 향후 대화로 풀어갈 의지는 남겨뒀다.

한편 이날 한 장관은 간담회 직후 미니버스를 타기 위해 군청 앞에 모인 인파를 헤치고 수십 m를 걸어야 했지만 지난달 15일 성주 방문 당시처럼 달걀 세례를 받거나 6시간가량 감금되다시피 하는 등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손효주 hjson@donga.com / 성주=장영훈 기자
#사드#한민구#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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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추천 많은 댓글

  • 2016-08-18 07:23:26

    왜 하필 성주인지? 답은 간단합니다. 성주가 대한민국 땅이기 때문에~ 저사는나라 지키겟다는데 이렇게 거품물고 반대할일입니까?

  • 2016-08-18 05:15:42

    보소 국방비장관님 두리뭉실하게 설명 했다는데 4성장군 답게 어깨퍼고 목에힘도 좀넣고 60만 대군을 통솔하는 장관답게 하소,자신 없으면 무러나던지,무엇이 두려운거요.

  • 2016-08-18 11:46:53

    성주는 왜 안되지는 설명이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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