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공사의 둘째 아들(19)이 올해 가을 영국의 명문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 입학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이름이 금(Kum)인 둘째 아들은 레벨A(영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오면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는 1907년 설립됐으며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학교다. 입학점수로는 3위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13학년이 되는 가을 대학에 지원하며 18일 레벨A 성적이 발표된다. 친구들은 금이 학교에서 최고 성적인 ‘A+’를 받을 만큼 수재(brain)였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고교 학기가 지난달 22일 끝났다며 그 즈음 태 공사가 탈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 공사 차남의 학교 친구인 루이스 프리어는 가디언에 “그가 안전하다니 기쁘다. 우리는 그가 임피리얼 진학을 놓치게 돼 화가 날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 대중지 미러에 따르면 차남은 영국의 평범한 10대들처럼 컴퓨터 게임도 상당히 좋아했다. 총쏘기 게임(FPS)인 ‘카운터스트라이크’의 누적 게임시간이 작년에만 368시간에 달할 정도였다. 이 게임은 게이머가 테러리스트나 대테러요원 중 하나가 돼 목표를 완수하거나 적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차남이 쓴 게임 아이디는 ‘북한이 최고의 코리아’(North Korea is Best Korea)였다.
가디언은 태 공사가 2013년 영국 혁명공산당이 주최한 모임과 2014년 한 급진 서적 서점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서 태 공사는 영국의 비싼 물가에 대한 푸념 섞인 유머를 던지기도 했다.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자신이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와 비좁은 부엌이 있는 조그만 아파트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태 공사는 돈에 쪼들린 생활을 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교통혼잡 요금은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 공사는 북한의 해외공관들이 무일푼 신세여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올 여름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태 공사가 장남(26), 차남, 딸 등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앞둔 자녀들의 미래를 고려해 탈북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의 외교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서방국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교육과 장래 문제다. 태 공사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오랜 기간 서구에서 생활해온 자녀들이 부모에게 탈북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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