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망치면 성주경제 더 어려워져” vs “사드 배치에 따른 실익 챙길때”
찬반 가열되자 “투표로 결정” 주장도
국방부 “성주內라면 효용성 차이없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3지역 배치를 둘러싸고 경북 성주군 주민들 사이에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은 사드 철회 방침을 고수해야 한다는 기존 목소리가 더 크지만 제3지역 배치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여기에 국방부가 17일에 이어 18일에 다시 제3지역 검토 추진을 시사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강경 기류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성주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18일 오후 2시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17일 국방부와의 간담회 내용을 알리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2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참석 주민 300여 명 가운데 40여 명이 1∼3분씩 찬반 의견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참외 농사를 지어 두 명의 자녀를 키운다는 한 주민은 “우리 부모들이 전국에 ‘참외 하면 성주’라는 인식을 만들어준 걸 기억해야 한다”며 “사드 때문에 농사를 망치면 지역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제3지역도 성주이기 때문에 악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제3지역 검토를 주장한 한 여성은 “이제 사드 배치를 검토하고 대화해야 하며 제3지역이 된다면 교통 인프라 구축과 상수원 보호구역 이전 등 건의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주읍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한다고 밝힌 김모 씨는 “사드 배치 발표 후 손님이 끊어졌고 기존 계약도 유지가 쉽지 않아 생계가 위태롭다”며 “성주에 사드가 배치돼야 한다면 하루빨리 우리가 결정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반 논란이 가열되자 투표를 제안하는 주민도 있었다. 박모 씨는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나. 이제 안정을 찾고 싶다”며 “사드 철회 혹은 제3지역 수용을 묻는 투표를 해서 그 결과에 따르자”고 주장했다. 김안수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서로 다른 생각을 듣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 나온 의견과 여러 대안들을 모아 오랫동안 토의해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재경 성주군향우회는 이날 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는 즉각 제3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 등 향우회원 80여 명은 “성주가 사드 배치 문제로 37일째 신음하고 있다”며 “정부는 성주 주민이 제3후보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지역 발전계획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방부는 한민구 장관이 17일 성주를 찾아 “(통일된) 의견으로 말씀해 주시면 제3지역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데 이어 18일 “성주 내라면 (사드를 어디에 배치해도) 군사적 효용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역 주민들이 합의된 의견을 주시면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합의가 우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 장관과 군 당국이 공개적으로 제3지역 검토 가능성을 밝히면서 군 당국이 이미 제3지역으로 사드 배치 계획을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추진할 명분을 얻기 위해 주민들에게 “빨리 의견을 모으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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