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현직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 인사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는 민정수석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검찰 안팎의 우려를 잠재울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점도 검찰에는 부담이다.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중 누구를 먼저 조사하느냐부터 어떤 처분을 내릴지까지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계속 시험받게 됐다. ○ 수사 배당에 쏠리는 시선
검찰은 수사 부서를 정하는 것부터 신중한 모습이다. 어느 부서에 배당하는지가 수사 의지와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직권남용 및 횡령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은 19일까지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적 관심이 높거나 공개적으로 대검에 수사 의뢰된 사건은 보통 빠르면 사건 접수 당일, 늦어도 2, 3일 안에 배당이 이뤄진다. 검찰이 사건을 배당하지 않은 채 주말을 넘기려는 것은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검찰이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사건을 특별수사부서에 배당하거나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수부를 투입하거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강도 수사, 곧 구속이나 기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면 검찰로서는 수사를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수사 결과가 외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검찰은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결국 우 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가 맡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예상이다. 조사1부는 우 수석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고소한 사건과 시민단체가 우 수석을 상속세 포탈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이미 맡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1부 배당은 검찰로서는 사건 배당과 관련해 오해를 가장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이 특별감찰관 사건이 조사1부에 함께 배당될지도 관심사다. 통상 공직자 비위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담당한다. 하지만 심우정 형사1부장의 친동생이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어서 우 수석과 대립각을 세운 이 특별감찰관 사건을 형사1부에 맡기기는 쉽지 않다. ○ 우병우·이석수 수사 ‘균형 잡기’ 성공할까
검찰이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사건이 ‘액면’만 놓고 볼 때 죄질이나 처벌 가능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가족기업인 ㈜정강 관련 의혹이 감찰 대상이라는 점 △우 수석 가족이 이용한 마세라티 차량의 리스 계약 관련 내용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특별감찰관이 너무 많은 얘기를 기자에게 했다”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구속 수사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도 문제가 된 통화 내용 녹취록이 실제로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이라는 점을 입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 수석 수사 의뢰 사건은 이 특별감찰관 건과는 정반대다. 검찰 내의 대체적인 시각은 우 수석이 아들의 의경 보직과 관련해 경찰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경 인사권은 민정수석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을 잘 인정하지 않는 기존 판례에 비춰 볼 때 유죄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업무상 횡령 혐의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정강의 회삿돈을 차량 리스 비용과 생활비에 썼다는 의혹은 우 수석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가족 중 누군가는 형사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질만 놓고 보면 이는 큰 범죄로 보기 어렵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법시험에 우 수석의 횡령 의혹이 문제로 나온다면 정답은 유죄이겠지만 수사 실무 관점에서는 금액이 크지 않고 정강이 가족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굳이 기소까지 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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