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어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며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내 절대 다수도 마찬가지 견해다. 반면 청와대 내에서는 “‘우병우 죽이기’로 대통령을 흔들어 집권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강경론이 이어졌다. 그래선지 어제 이정현 대표는 “다음 주부터 민생개혁을 제대로 시작하겠다”면서도 이 문제엔 입을 다물었다. “모든 판단 기준은 국민이 ‘퍼스트’”라 했던 대표 당선 일성(一聲)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대표는 19일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문제가 나왔다면 당연히 의법(依法)조치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 수석의 현직 유지’에 대해선 “논평식으로 얘기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에 영향력이 지대한 우 수석이 현직으로 수사받는 것은 적절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으며 정 원내대표의 표현대로 ‘정부에 부담’만 될 뿐이다.
작금의 여권은 대통령이 임명한 특감이 대통령의 심복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이에 발끈한 청와대가 특감의 검찰 수사를 촉구한 내부 충돌로 심각한 상황이다. 검찰이 민정수석과 특감을 동시에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은 정말 ‘해외토픽감’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끼리 치고받을 정도로 여권이 흔들린다면 여당 대표가 침묵만 지킬 것이 아니라 논란의 복판으로 뛰어들어 중심을 잡는 소신을 보여야 한다.
우 수석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대표 선거 땐 “국민 시선도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했다. 한 종합편성채널 주최 토론회에서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당선 바로 다음 날부터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톤을 바꾸더니 ‘우 수석 의혹은 진상규명부터 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펴고 있다.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는 대통령의 말에 맹종하는 친박(친박근혜)의 낯 뜨거운 행태로 여당이 청와대 하부 기관처럼 비친 탓이 크다. 대선을 관리할 당 대표라면 최우선의 과제인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수평적 당청(黨靑)관계부터 확립해 여당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 대표가 아무리 대통령 참모 출신이라도 집권당 대표가 된 이상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 질질 끌다간 정부여당의 동반 추락을 자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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