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기문란’ 지적했던 2건 모두 무죄로… 검찰 ‘下命수사 트라우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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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이석수 동시 수사]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 진퇴양난
법조계 “감찰 유출, 특감취지 훼손” 위법성 논란속 ‘처벌 가능’ 우세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유출 논란을 동시에 수사하게 된 검찰이 청와대의 ‘공개 압박’으로 다시 시험대에 섰다.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법조계에선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와의 밀담에서 우 수석에 대한 감찰 진행 상황을 흘린 것이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현행법 위반이며, 특별감찰관의 도입 취지인 ‘공정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 국기문란 언급은 ‘딴 생각 품지 말라’

청와대가 19일 이 특별감찰관의 누설 의혹을 겨냥해 ‘국기 문란’, ‘중대한 위법’이라고 과격한 표현을 쓴 것은 검찰에 대한 ‘공개 경고’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검찰 간부는 “여당 내부조차 동의하지 못할 정도로 청와대가 이 특별감찰관을 몰아세운 건 검찰에 ‘딴 생각 품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국기 문란’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건은 2건이다. ‘남북정상회담 서해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에서 각각 강도 높게 수사했다. 이런 전례 탓에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야당이 홍만표 변호사의 ‘수임 비리’와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뇌물’ 사건 등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또한 청와대의 ‘국기 문란’ 언급이 이뤄진 NLL 대화록 삭제 논란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들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도 달갑지 않은 요인들이다.

김수남 검찰총장과 우 수석 간의 인연도 관심사다. 김 총장은 같은 ‘특수통’이면서 대구경북 동향인 우 수석을 검찰에 있을 때부터 각별히 신뢰했다. 김 총장 입장에선 ‘아끼는 후배’와 ‘검찰 조직’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김 총장이 이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 직후부터 내부의 의견을 들으며 장고(長考) 중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관측된다.

○ “감찰 유출, 특별감찰관 도입 취지 훼손한 처사”

법조계 인사들은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는 한 일간지 기자에게 “다음 주부터 본인과 가족에게 소명하라고 할 건데 계속 버티면 검찰에 넘기면 된다”는 등의 감찰 진행 상황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감찰관법이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이유는 감찰 대상자가 감찰 진행 상황을 알게 될 경우 불리한 증거 등을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감찰 내용과 종료 사실을 알린 것은 이런 공적 필요성을 몰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기자에게 말한 것이 이미 알려진 사실이어서 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누설 내용이 구체적이라 처벌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반박이 주를 이뤘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감찰 관계자가 외부에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며 “고도의 정보 보안을 담보해야 하는 책임자 스스로 내용을 누설해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시중에 떠도는 ‘의혹’과 감찰 관계자의 ‘사실 확인’을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며 가벌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 검찰 수사 및 공보 실무에서 공지의 사실처럼 제기된 의혹이더라도 피의사실과 관련된 중요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것이 관례다. 또 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역시 “공개된 이 특별감찰관의 발언록을 보면 ‘공지의 사실’이라고 커버하기엔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포함돼 있다”고 진단했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사람의 대화라도 누설이 될 수 있고, 구체적인 진행과정 등을 누설했다면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동진·김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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