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 ‘편파수사 없다’ 의지 표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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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이석수 동시 수사]김수남 총장, 특별수사팀 구성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 수사하기로 한 것은 이들과 관련한 의혹의 실체를 명백히 밝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각인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한 만큼 사실관계부터 철저히 가려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닷새 만에 특별수사팀 구성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고심 끝에 내놓은 강공 카드를 놓고 사실상 ‘김수남 주임검사 수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별수사팀 구성은 전적으로 김 총장이 혼자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 방법과 수사 형태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전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조직 논리에 빠지거나 ‘국기 문란’을 언급한 청와대 주문에 따라 대충 처리하지 않고 엄정히 수사하겠다는 김 총장의 의지가 드러난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특히 김 총장이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직접 보고받는 것은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검찰 조직의 신뢰를 자신이 모두 책임지고 보장받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 배당이 늦어진 배경에는 청와대가 특별수사팀 구성에 부정적이었던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당초 우 수석 관련 고소 고발 사건이 배당돼 있던 조사부나 주로 공직자 비위 사건을 맡는 형사부가 수사하는 쪽을 희망했지만 김 총장이 “정치적 오해를 가장 적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특별수사팀 구성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우 수석 관련 의혹보다는 이 특별감찰관 쪽에 쏠려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불법 유출 수사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우 수석과 관련한 직권 남용, 가족 기업 ‘정강’의 회삿돈 유용·횡령 의혹을 여야가 가리지 않고 제기함에 따라 이 사건의 처리가 검찰의 신뢰나 공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될 만큼 비중이 커졌다. 검찰이 독립적인 특별수사팀 수사를 통해 우 수석과 관련한 의혹의 진위는 물론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와 유착해 감찰 내용을 누설했는지 등 모든 의혹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검찰로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최근 진경준 전 검사장(49·구속)의 주식 대박 사건 등으로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외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윤갑근 대구고검장만 팀장으로 임명된 상태인 특별수사팀은 우 수석, 이 특별감찰관과 인연이 없는 차장, 부장급 및 평검사들로 팀원들을 인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이 이번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 넥슨 땅 수사 가속화 전망


특별수사팀이 24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서울 강남 우 수석 처가 부동산 특혜 매각 의혹에 대한 넥슨 주장의 진위도 전면적인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정주 NXC 회장(48)이 창업한 넥슨이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 부동산을 1326억 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최근 주식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이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을 연결해 줬다는 의혹이 신문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검찰은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의 의혹에 대해 별도의 순서를 두지 않고 동시에 수사할 계획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로 배당됐던 우 수석의 언론사 고발 건과 처가 땅 매매 관련 고발 사건들도 특별수사팀으로 이관된다.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우 수석이나 의혹을 제기한 언론 또는 이 특별감찰관 중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현직을 고수한 우 수석 본인은 물론 우 수석을 감싼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매매에 문제가 없고, 진 전 검사장이 개입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 등이 역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 기자
#우병우#이석수#검찰총장#김수남#특별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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