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인척 감찰업무 수행… 1억원대 금전관계 검찰 수사중
靑 “대통령과 전혀 무관한 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 한 달 전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62·사진)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지난달 21일 이 특별감찰관이 박 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해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박 씨를 가까이서 돕는 인물인 A 씨도 박 씨와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씨는 1억 원 상당의 사기 혐의에 연루됐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것처럼 단순한 혐의는 아니지만 권력형 비리라고 볼 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는 박 씨가 대통령의 여동생인 자신의 영향력을 강조했다는 취지로 특별감찰관실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 씨는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고, 금전관계가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가 사기를 벌인 것으로 의심받는 시점은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3월 임명됐다. 이에 따라 민정수석실의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사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된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결과 대상자의 범죄 혐의가 명백하면 해당 인물을 검찰에 고발한다.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도주 및 증거인멸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수사를 의뢰한다. 따라서 아직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특별감찰관이 박 씨를 검찰에 고발한 것에 비춰 박 씨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조만간 피해자와 참고인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규명할 방침이다.
박 씨는 2013년에도 사기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2011년 “육영재단 주차장을 임대해 줄 테니 계약금을 달라”며 피해자 A 씨에게서 70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었다. 박 씨는 계약금을 받은 뒤에도 “육영재단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며 추가 계약금 2300만 원을 더 받았지만 주차장을 임대해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이 박근령 씨를 고발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과 박근령 씨는 교류가 오랫동안 끊어진 사이인 데다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의 동생이 고발을 당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이 특별감찰관에 대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이해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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