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남성욱]사드 배치와 匹夫의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중국과 육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는 인도 등 15개국이다. 이 중 육상과 해상 경계 모두를 포함하는 지역은 베트남과 한반도로 중국과 고차 방정식으로 얽혀 있다. 베트남이 중국의 서쪽 출구라면 한반도는 동쪽 태평양 출구다.

21세기 한반도는 미국을 의식한 중국의 군사굴기의 현장이 됐다. 중국은 1894년 인천 앞바다 풍도에서 벌어진 청일전쟁의 참담한 패배를 기억한다. 가상의 적인 미군이 주둔하는 한반도는 경계 대상이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외교적으로 동북아시아를 관리한다. 중국의 ‘두 개의 한국(Two Koreas policy)’ 정책은 세력 균형이 목적이다. 남한이 강해지거나 북한이 약해지면 중국은 대북 지원을 하거나 북한 핵이나 미사일에 방관적 태도를 보인다. 또 동북아 균형도 예의 주시한다. 올해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해 미일동맹을 과시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갑자기 이수용 북한 부위원장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해 중조(中朝) 친선은 불변이라며 식량 50만 t을 지원했다. 미일동맹 강화에 북-중 친선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동북아 세력 균형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각국은 치열하게 득실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

특정 국가의 핵무장은 인접 국가의 안보 불안을 유발한다. 중국이 1964년 세계에서 5번째로 핵실험에 성공하자 국경을 맞댄 인도 군부는 핵 개발을 추진해서 1974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또 인도와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도 1998년 핵실험에 성공해 인도-파키스탄 간에 공포의 균형이 성립됐다. 한국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반도 군사 균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안보 및 경제 현안 관련 한중 전문가 비공개 세미나가 개최됐다. 양측의 격론은 예상대로였다. 한중 양국은 자국의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나는 한반도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 안보에 마지노선이며 사드 배치가 유보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5년 9·19공동성명 수준의 북핵 합의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모라토리엄선언 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의 절대 불가를 주장했다.

한중 관계가 시험대에 섰다. 안보에 대해 소국이 대국을 상대하는 길은 국민의 결기뿐이다. 천하의 흥망은 필부(匹夫)에게도 책임이 있다. 국민이 중국의 부당한 압력에 냉정하게 맞서는 집단적 지성과 지혜가 필요하다. 한중 간 대타협은 9월 초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박근혜-시진핑 회담으로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중 외교는 국민의 한마음과 지도자의 현명한 외교 정책이 아우러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지난 2000년간의 한반도와 중국 간의 피와 땀의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한반도#청일전쟁#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