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국과수에 정밀감정 요청… 29년전 영상자료와 비교분석
투표함 표지-필적 등 동일 판정
투표지-개표록 위원장 도장은 차이… 선관위 “투개표 시점 다르기 때문”
이른바 ‘구로을 투표함 사건’을 둘러싼 오해가 29년 만에 풀렸다. 동아일보가 24일 1987년 13대 대선 관련 부정 의혹의 상징처럼 여겨진 서울 구로을 투표함(사진)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통보서를 단독 입수한 결과 사건 당시의 투표함과 대부분 동일한 것으로 추정됐다.
구로을 투표함은 지난달 21일 ‘개함·계표식’을 가진 뒤에도 진위 논란이 계속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례적으로 국과수에 감정을 요청했다. 국과수는 한 달가량의 정밀조사 끝에 이번 투표함과 사건 당시 영상자료에 나타난 투표함을 비교 분석했고 투표함 표지, 상단 필적, 형태 등이 동일하다고 봤다. 겉과 안 뚜껑 자물쇠 부분에 사용된 합성수지류도 같은 종류였다. 당시 선관위가 투표함을 뜯거나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일부 해소한 셈이다. 국과수는 투표함 안 뚜껑 및 자물쇠, 회송용 봉투 등에 찍힌 인영(도장이 찍힌 흔적)이 당시 개표록(개표 사무 및 그 결과 등을 적은 기록)에 찍힌 것과 대체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다만 투표지에 찍힌 위원장 사인의 경우 개표록에 날인된 것과 다르다는 판정이 나왔다. 투표함 안 뚜껑 자물쇠에 찍힌 인영 중 하나도 개표록의 동일 인물 인영과 달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부재자 투표였기 때문에 투표와 개표 시점이 한 달 정도 차이가 났다”며 “동일 인물이라도 다른 도장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을 투표함 사건은 13대 대선 투표가 진행된 1987년 12월 16일 “투표함이 외부로 반출된다”는 제보를 받고 온 시민들이 구로구청의 선관위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18일 오전 경찰에 진압됐지만 구로을 투표함은 부정 투표함으로 낙인찍혀 선관위가 무효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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