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미애 의원(58)은 득표율 54.03%로 이종걸 의원(23.89%),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22.08%)을 누르고 대표에 당선됐다. 추 의원은 이번 전대에서 친문 진영의 집중 지원을 받아 대의원과 권리당원은 물론 일반 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추 신임 당 대표의 당선으로 당 지도부는 친문 진영 인사들로 채워지게 됐다. 이날 당 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여성위원장, 청년위원장, 노인위원장 선거에서는 양향자 광주 서을지역위원장과 김병관 의원, 그리고 송현섭 위원장이 당선됐다. 4·13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두 사람과 이번 경선에서 친문 진영의 지원을 받은 송 위원장은 최고위원으로 활동한다.
당초 ‘1강’으로 평가받던 추 대표는 대세론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추 의원의 득표율은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2·8 전대 당시 얻었던 득표율(45.30%)을 뛰어넘은 것이다. 추 의원은 현장 대의원 투표는 물론 권리당원, 일반 당원,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 당직자는 “대세론을 앞세워 당심(黨心)은 물론 민심(民心)까지 장악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이번 전대의 가장 큰 특징은 ‘친문 진영의 당 장악’으로 요약된다. 친문 진영은 문 전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내줬던 당권을 다시 탈환했다. 여기에 여성위원장에 양 위원장, 청년위원장에 김 의원을 당선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당 관계자는 “친문 진영의 현역 의원들에, 문 전 대표 재직 시절 대거 입당한 온라인 당원들까지 가세하면서 완벽한 친문 진영의 승리로 끝났다”며 “비주류의 입지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추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이 후보는 추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3.89%를 얻는데 그쳤다. 중도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당내 비주류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이 의원의 득표가 정확히 보여줬다”고 했다.
추 대표는 전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야권 연대 보다 당의 구심력 강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친문 진영의 당 장악에 대한 반대 급부로 비주류를 중심으로 이른바 ‘제3지대론’ 등 당의 원심력이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주류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추 대표가 향후 사무총장 인선 등에서 친문 색채를 더 강화한다면 정개 개편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지금부터 우리는 분열, 패배주의, 낡은 정치, 이 세 가지와 결별해야 한다”며 “흩어진 지지자들을 한데 묶어 기필코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친문, 비문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선명성 강화를 주장한 추 대표의 당선으로 더민주당의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공세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대에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참석해 투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대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하여 분열의 언어, 배격의 논리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대단히 걱정스러웠다”며 “상처난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출마했던 분들이 다시 힘을 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성원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두가 손을 잡고 정권교체 한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가 고향인 추 대표의 승리로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은 호남 출신(이정현 당 대표)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더민주당은 영남 출신이 각각 당 대표를 맡게 됐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신임 당 대표는…. -1958년생.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14기)했다. 춘천지법, 광주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서울 광진을에서 15~16대, 18~20대 국회의원(5선)에 당선됐다.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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