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미애 더민주 새 대표, ‘친문’ 벗고 수권정당의 길로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0시 00분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5선의 추미애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경선 과정에서 “1등을 깎아내리는 대선 경선은 자살골”이라며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 지지를 밝힌 추 의원은 득표율 54.03%로 이종걸(23.89%), 김상곤 후보(22.08%)를 압도했다. 최고위원도 8명 모두 친문(친문재인)계 인사 6명이 당선돼 더민주당은 ‘문재인당’으로 돌아갔다. 추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강한 야당을 만들고 공정한 대선 경선으로 2017년에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천명으로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60년 야당 역사에서 처음 TK(대구경북) 출신 여성 당 대표가 당선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작년 2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은 문 전 대표가 중도하차한 것이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 때문임을 감안하면 의미는 또 달라진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선거관리위원장이 이념 과잉의 운동권 정치로는 수권(受權)정당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통해 더민주당은 4·13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김종인 노선에 반대했던 친문계 추 대표가 당권을 잡고 ‘친문 패권주의’로 가는 것은 한국 정치의 퇴행이다. 총선에서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심판받고도 친박 당 대표를 뽑은 새누리당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한 추 대표는 당선 직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것을 밝히는 등 강성 투쟁으로 갈 것이 예상된다. 국민의 과반수가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마당에 ‘안보불안 정당’으로 가는 것은 수권정당의 길과 거리가 멀다. 경제와 민생에서도 추 대표는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어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대권 도전을 선언한 것도 추 대표에게서 자신의 ‘희망’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추 대표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작년 2월 자신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해준 문 전 대표를 대선 대선 후보로 만드는 일, 아니면 보수여당에 실망한 민심을 받들어 더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개혁하는 일이다. 추 대표가 친문세력에 따라가는 식은 국민의 정체성과 어긋난다. 김종인 노선이 왜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됐는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분명하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면서도 안보와 외교, 민생과 복지에서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 수권정당의 모습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추미애 의원#대표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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