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평형기금 대출받아 빚 갚는 데 쓴 대우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산은서 3억달러 빌린 뒤 용처 속여… 설비투자 등 기금사용 지침 무시
산은, 파악 못하고 2억달러 또 대출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은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외국환평형기금 3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3172억 원)의 지출 내용을 제출해 달라고 산은에 요청했다. 산은은 곧 ‘대우조선 외화운영자금 대출 관련 수입 품목 및 금액’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어이가 없었다”고 30일 말했다.

어이가 없었던 까닭은 대우조선이 이 3억 달러를 외평기금 쓰임새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썼는데도 산은이 버젓이 자료를 냈기 때문이다. 이는 감사원이 6월 15일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나와 있다.

대우조선은 산은을 비롯한 3개 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1억 달러씩을 갚는 데 3억 달러를 다 썼다. 따라서 3억 달러에 대한 지출 증빙 자료가 있을 수 없음에도 대우조선은 사실상 허위 자료를 산은에 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5월과 12월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한 외화대출’ 제도를 실시하면서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재 수입 △해외 건설·플랜트 사업 △수입재구매자금(운전자금)으로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이를 무시했고, 감사원이 적발까지 했는데도 경영관리 책임이 있는 산은은 나 몰라라 한 셈이다.

산은 측은 “은행의 기업체 운영자금 지원은 회사가 대출 직전 보유한 기존 자금으로 지출한 내용도 포함해 실수요를 증빙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관행상 어떤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상관없이 영수증만 맞추면 된다는 편의주의의 극치”라고 반박했다.

산은은 외평기금 3억 달러가 지침대로 쓰였는지 파악도 하지 않고 2015년 2월 대우조선에 외평기금 2억3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555억 원)를 더 대출해줬다. 그것도 기재부의 지침과는 달리 일반운전자금 명목이었다. 산은의 외평기금 대출 66건 중 일반운전자금 명목은 이것이 유일하다. 산은은 외평기금 취급한도인 22억5000만 달러 중 가장 많은 5억3000만 달러를 대우조선에 지급했다.

박 의원은 “산은이 얼마나 방만하게 대우조선을 관리하면서 특혜를 줬는지 알 수 있다”며 “청문회에서 조목조목 따지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외국환평형기금#대출#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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