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교사절들 “김영란법 설명 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면책특권 범위 놓고 해석 분분… 외국공관 한국인 직원은 법적용
대사관, 행사 일정 앞당기기도

다음 달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주한 외교사절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A국 대사관은 다음 달 말 한국인을 자국으로 초청해 정책을 소개하고 주요 기관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10월경으로 이를 연기했다. 김영란법 발효 후 한 달쯤 지나면 시행착오를 거쳐 혼란이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B국 대사관은 한국과 수교기념 행사를 다음 달 말 열기로 했다가 김영란법 시행일보다 앞당기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대사관들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과 면책범위 등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외교부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 김영란법은 속지주의를 적용하고 있어 주한 외교사절도 3만 원(식사), 5만 원(선물)의 범위에 저촉될 수 있다. 특히 외국공관에 소속된 한국인 직원이 김영란법을 위반하면 처벌대상이 된다.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외교관, 주재원에겐 속인주의가 적용된다. 다만 한국 정부에 등록된 외국 정부 소속 외교관은 면책특권 때문에 위반사항이 적발돼도 처벌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관이 외국대사로부터 비싼 식사대접을 받거나 반대로 한국 외교관이 주한 외교관, 외신기자를 상대로 고액의 식사나 선물을 제공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주한 대사관이 주최하는 교류행사, 해외연수, 외국계 기업 판촉행사에 참여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유권해석도 필요하다. 다만 김영란법 적용대상 직업군(공무원, 교직원, 기자) 가운데 외교관은 직업 특성상 예외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관계자는 “외교사절에게 법에서 규정한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며 9월 5일경 배포할 직업별 세부 매뉴얼에서 궁금증의 상당 부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한 교육을 실시했다. 국회의원과 국회 전 직원이 대상인 이번 교육에 500여 명이 몰렸지만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연자인 곽형석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은 식사비 계산법, 경조사금 전달 방법 등 김영란법 시행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10만 원으로 제한하는 경조사금 규정은 결혼식 축의금과 장례식의 조의금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돌잔치, 칠순·팔순 잔치에는 축의금을 내면 안 된다는 법 해석을 소개하자 참석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유근형 기자
#주한#외교사절#김영란법#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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