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가 특임검사처럼 감찰 상황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감찰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이 어제 발표됐다.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의 비위 감찰을 전담하는 특별감찰단(단장 차장검사급)도 신설한다. 법조비리 근절을 위해 일선 검찰청에 변론 관리대장을 비치해 변호사의 ‘전화 변론’ 사실을 모두 기록하도록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7월 ‘주식 대박’ 진경준 전 검사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직후 한 달간 논의해 내놓은 ‘셀프 개혁안’이 재탕·삼탕이라니 실망스럽다. 검찰은 내부 비리가 터질 때마다 감찰 강화를 개혁안이라고 내놓았지만 비리는 되풀이됐다. 2004년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감찰위원회를 신설했으나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졌다. 그 뒤 대검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승격하고 외부 인사를 감찰본부장으로 임명했지만 2012년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의 9억 원 뇌물, 올해 진 전 검사장의 120억 원 넥슨 주식 뇌물 비리를 막지 못했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시중에서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한 해 100억 원 넘게 올린 수임료는 현직 검사들의 전관예우(前官禮遇)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검찰은 그를 예우한 검사를 단 한 명도 밝혀내지 못했다. 진 전 검사장 비리 수사에서 여론에 떠밀려 뒷북치듯 특임검사를 투입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특임검사식 감찰을 개혁안이라고 내놓는 것은 검찰의 자정(自淨) 능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금 국민의 관심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비리 의혹 수사에 쏠려 있다. 검찰이 정말 개혁 의지가 있다면 우 수석 수사에서부터 보이기 바란다. 우 수석의 자택과 집무실을 빼고 실시한 압수수색은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 수석에게 잘못이 있다면 반드시 기소한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자세로 수사해야 한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검찰 역시 마찬가지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도입해 판검사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수사와 기소는 검찰에서 떼어내 공수처에 맡겨야 한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대폭 제한하고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맡는 선진국 체제로 가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 수석 수사가 청와대 ‘가이드라인’대로 끝난다면 바로 국회가 검찰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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