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 중국, 라오스 순방은 하반기 정상외교의 하이라이트다. 올해 유엔 총회 참석 계획이 없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7박 8일 일정 동안 주변 4강(미중일러) 정상을 모두 만나 압축적인 외교활동을 펼칠 수 있는 호기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고 손에 잡히는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최대 숙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기류를 바꿀 수 있느냐다. 대북 고립·압박 기조를 내세운 정부는 이번 순방에서 ‘북한 위협 증대=사드 필요성 증가’라는 점을 상대가 수용할 수 있도록 설명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항저우(杭州)에서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사드 배치 절차 중단’을 요구해 온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중국은 회의가 임박한 지난달 31일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을 베이징(北京)으로 초청했고,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과 막판 조율에 나서는 등 G20 정상회의 준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외교 소식통은 “G20 정상회의는 중국이 유치한 다자회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정상회의”라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로 얼굴을 붉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중국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은 모두 테이블 아래로 내려둔 상태”라며 “사드 갈등은 G20 정상회의 이후에 재점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도 사드 문제를 전면에 부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후 지금까지 답방을 하지 못했다. 2014년 2월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에는 차기 대회 개최국 정상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지만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를 대신 보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국제 제재를 받는 상황이어서 참석을 피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에는 참석했지만 4개월 전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에는 불참했다. 이렇듯 어렵게 성사된 러시아 방문인 만큼 러시아는 박 대통령을 동방경제포럼의 주빈(主賓)으로 예우할 계획이다. 정부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한국)와 ‘동방정책’(러시아)의 공통점을 강조하며 한러 상생을 강조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G20 정상회의 이후 중국과 사드 공조에 나서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해 정상회담 정례화, 장관급으로 전략대화 격상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한러 양국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미 대선(11월)을 앞두고 안정적인 한미 관계 관리와 북한 도발 대응을 주제로 한 고별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이후 한일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이후 공식 일정 없이 참모진과 순방 준비에 전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사안에 관심이 많지만 박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국가 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우병우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 문제를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해 왔기 때문에 검찰 수사에서 우 수석의 비위가 드러난다면 박 대통령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박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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