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개회사’ 갈등 봉합했지만…
국회의장 유감표명 여당이 수용… 부의장 사회로 추경안 겨우 통과
여소야대 갈등 불씨 곳곳에 남아
정세균 국회의장의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과 새누리당의 본회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은 국회가 하루 만인 2일 정상화됐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재개해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김재형 대법관 임명 동의안을 가결 통과시키는 등 21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가까스로 국회는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수가 많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야(野), 수가 적다고 강경 투쟁에 기대려는 여(與), 이를 중립적으로 조정해야 할 국회의장의 ‘정치평론’ 리더십으로는 20대 국회도 ‘식물국회’ 소리를 들은 19대 국회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 정 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그리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정부 비판 등을 거론하며 촉발된 국회 마비는 이날 해질 녘까지 계속됐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로 찾아가 정 의장을 만났지만 유감 표명 문구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이 의장실 앞 복도에서 정 의장의 사죄와 의장직 사퇴 요구가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연좌농성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출구를 찾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결국 전날 “본회의 사회권을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에게 넘기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거부했던 정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재개하고 사회는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본다는 데에 동의했다. 대신 여당은 정 의장이 본회의 석상이 아닌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새누리당은 이날 제출한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도 철회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을 생각하면 현안을 하루도 미룰 수 없기 때문에 결단했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야당 단독으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전날 야당이 과반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 다수’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같은 야당의 반대에도 9일까지 러시아 중국 라오스를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순방 중 전자결재로 이들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3일 오후 9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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