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열흘 남짓 앞둔 2일 야권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광주로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사진)은 이날 야권의 심장 광주에서 열린 지지자 행사에서 사실상 ‘하산(下山)’을 선언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전날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첫 방문지로 광주행을 택했다. 더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빨라진 문재인 대세론의 확산을 늦추고,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존재하는 야권 핵심을 공략해 한가위 민심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孫 “나라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손 전 고문은 이날 오후 광주 금남로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에 참석했다. 손 전 고문은 그간 비공식적으로 지지자들과 자리를 함께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공개적인 자체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14년 7월 31일 정계 은퇴 선언을 한 뒤 처음이다.
그는 인사말에서 “나라를 구하는 데 저를 아끼지 않고,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며 “우리나라를 분명히 다시 일으켜 세우고 한반도 통일을 이루도록 광주시민과 전남도민과 함께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나라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형국인데 정치가 갈 곳을 잃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이제 완전히 절벽에 가로막힌 채 한반도는 사드 배치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갈 곳을 잃은 정치권의 구원투수 역을 자임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다산 정약용의 애민정신, 의병 김덕령 장군의 의병정신 등을 줄줄이 언급하며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행사장에 모인 지지자와 시민 등 200여 명도 ‘손학규’를 연호하고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등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손 전 고문은 당분간 전남 강진에 머무르며 공식 대선 출마 시점과 행선지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 측근은 “야권 주자로서 손 전 고문의 최대 약점은 경기 시흥 출신이라는 점”이라며 “손 전 고문은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호남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강진에서 2년 넘게 칩거를 해 온 만큼 자신도 호남에 대한 연고를 말할 자격이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 안희정 “文, 그렇게 너그러운 분”
전날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안 지사도 이날 광주시교육청 특강차 광주를 방문해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광주와 호남 정신이, 김대중의 정신이 저의 새로운 도전에 가장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젊은 정치인으로서 우리 근현대사 100년의 국가의 과제들 또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의 역사를 잇기 위한 젊은 정치인으로서 당의 미래에 대한 저의 소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설명했다.
자신의 대권 도전을 “환영한다”고 한 문 전 대표에 대해선 “늘 그렇게 너그러운 분”이라고 했다. 한편으로는 문 전 대표를 치켜세웠지만, 한편으로는 문 전 대표의 권력 의지를 지적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3일 광주를 찾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 전 고문 등 외부 대선주자 영입과 관련해 “양극단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를 합리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만 미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열린 마음과 열린 체제로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3박 4일 일정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 참관을 위해 이날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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