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부처 채용공고 살펴보니
“지원자 요청땐 돌려줘야” 법에 명시… 314개 공고 중 70% “반환 불가”
소관 부처 고용부 조차 법 안지켜, 시간-비용 낭비… 구직자들만 골탕
정부와 공공기관이 법률을 어기고 구직자들의 채용 서류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원할 경우 제출 서류를 반드시 돌려줘야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에 ‘서류 반환 불가’를 명시한 경우가 70%를 넘었다.
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동아일보가 2016년 6∼8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정부 12개 부처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 총 314건의 채용 공고 중 서류 반환이 불가하다고 명시한 것이 220건(70.1%)에 달했다. 서류 반환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는 경우가 49건(15.6%)이었고 지원자가 원하는 경우 돌려주겠다는 내용을 명시한 채용공고는 45건(14.3%)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명백하게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것.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구직자가 채용 서류의 반환을 청구할 때는 본인임을 확인한 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률은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 등은 지난해 1월부터, 100명 이상 사업장은 올해부터 적용 대상이다.
심지어 이 법률의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나 공공기관의 채용을 전체적으로 관할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마저도 이 법률을 지키지 않고 있다. 조사 기간에 고용부가 올린 12건의 채용 공고 중 33.3%인 4건이 서류 반환 불가를 명시했다. 7월 22일 고용부 장관 명의의 ‘통계사무관(일반임기제) 경력경쟁 채용시험 공고’, 6월 2일자 ‘운전직 9급 국가공무원 경력경쟁 채용시험 공고’에는 기타 유의사항으로 ‘접수된 서류는 일절 반환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불합격자의 서류도 채용 과정의 증거로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남겨두고 있고 불합격자가 원하면 사본을 남겨두고 돌려준다”고 말했다. 제출 서류의 반환 불가를 명시한 것에 대해선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도 장관 명의의 8월 22일자 ‘영문에디터 채용 공고’, 6월 2일자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 공고’에서 ‘제출된 서류는 일절 반환하지 않으며, 응시원서상의 기재 착오, 증빙서류 미제출, 연락 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은 응시자의 책임임’이라고 명시했다.
구직자에 따라 많게는 100곳이 넘는 곳에 응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출 서류를 반환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 시간적으로 구직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토익 등 각종 어학성적표, 컴퓨터 관련 자격증 등 한 번에 제출하는 서류 비용만 1만 원이 넘고, 특히 마케팅이나 디자인 관련 분야에 지원할 때 필요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데는 5만∼20만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학 유아교육과 4학년 신모 씨는 “한 번에 5, 6곳씩 지원할 때도 많기 때문에 비용도 비용이지만 많은 공을 들여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채용 서류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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