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과 동방경제포럼 토론은 북핵 문제 및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와 달리 5일 열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한층 긴장감이 높은 상태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 비해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수위가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3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극동지역 개발과 관련해 ‘북한이 핵심적 단절고리이자 최대 위협’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러시아의 (동북아) 지역 내 중요하고 전망이 밝은 파트너”라고 화답하며 북핵 불용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서는 양 정상 모두 직접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사드 문제를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순방에 나서기 전부터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접근법을 달리하겠다는 전략의 첫 번째 단추는 성공적으로 채운 셈이다.
먼저 박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유라시아 대륙 내 핵심적 단절고리이자 최대의 위협”이라고 규정한 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들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와 같은 장애가 제거되면 보다 포괄적인 사업으로 재점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은 극동지역 개발과 관련해 “이 지역은 양국 공동 번영을 위한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며 “한-러 양국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인 북핵·미사일 문제를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는 ‘한국이 러시아의 신(新)동방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경제 개발을 매개로 안보 문제에서의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양자 경제 관계는 전통적으로 긴밀한 호혜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경제 협력에 한국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동방경제포럼 세션에서 ‘원칙적 입장’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존중·이행해야 하고, 도발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북한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첨예한 (북핵) 국면을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은 사드를 포함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안정 문제와 관련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했다”며 “북핵 불용 입장 아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문화교류도 축소할 정도로 팽배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5개월 전인 3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시 주석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드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비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규탄 언론성명에 중국이 동참한 것도 G20 정상회의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사드 문제를 언제까지 애매하게 놔둘 수는 없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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