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첫 대표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을 사과했다. 이어 그는 “대선 불복의 나쁜 관행을 멈춰야 한다”며 “대통령이 법안과 예산(통과)을 호소할 때 야당이 화끈하게 도와 달라”고 했다.
친노(친노무현)가 주축인 더불어민주당, 호남 의원이 대부분인 국민의당에 호소하기 위해 이 대표가 김, 노 전 대통령 때의 야당 정치를 사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야당의 이유 있는 반대까지 ‘대선 불복’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 대통령 탄핵이 야당의 대선 불복 행위였다는 이 대표의 인식에 누가 얼마나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정부에 협조하라는 말을 하기 위한 레토릭처럼 들릴 수 있다.
이 대표는 “호남 출신 당 대표가 아니라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며 처음으로 호남에 손을 내밀었다. “보수 정부가 호남을 차별했다”며 새누리당과 호남이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한 것도 의미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없어 아쉽다.
이 대표의 국회 개혁 제안은 파격적이다. 그는 “많은 국민이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한다”며 1년 시한의 ‘헌정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설치해 국회 실상을 공개한다면 그 자체가 정치 개혁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정세균 국회의장이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한 ‘의원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있는 마당에 어떤 국민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 때 당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사이버테러법, 노동개혁 관련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의 처리를 일일이 거론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만 국회에 전하지 말고 대통령을 향해 할 말도 했더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부적격 장관의 해임이나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사퇴처럼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홍보수석’ 소리를 듣는 한 여당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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