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정상회담 개최일(6일)에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고강도 ‘맞대응’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우리 두 정상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포함한 연합 방위력 증강 및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통해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미니트맨3 발사 훈련은 유사시 사드와 같은 방어 수단뿐만 아니라 미국이 가진 핵 타격 전력을 총동원해 북한의 핵 도발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발사 훈련에 참가한 몬태나 주 맘스트롬 공군기지 소속 지구권타격사령부(GSC) 장병들은 1년 365일, 24시간 ICBM 작전 대기 태세를 유지하는 부대라고 미 공군은 소개했다. 북한의 핵 도발 등 돌발 상황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이 즉각 발휘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5일 북한이 개량형 노동미사일 3발을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해 1000km가량 떨어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날려 보낸 데 대한 경고성 무력시위의 성격도 짙다. 한국군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의 확장 억제 등 대한(對韓) 핵우산을 비롯한 안보공약이 이행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언급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이 압박과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높아질수록 미국의 군사적 대응조치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성능이 개량된 탄도미사일로 한국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과 괌 기지 등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나 도발을 더 노골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무수단 중거리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노동미사일의 동시다발적 발사 등으로 대미 협박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노동과 SLBM은 주일 미군기지, 무수단은 괌 기지에 핵 타격이 가능하다.
이에 맞서 미국도 본토와 주일미군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 부대의 한국 긴급 투입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괌 앤더슨 기지에 다량의 핵무기를 탑재하는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를 잇달아 배치하는 등 ‘맞불 작전’에 나섰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미니트맨3 발사 훈련까지 공개한 것은 북한이 핵 공격을 시도하면 ‘3대 핵우산’ 전력으로 보복해 정권과 체제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연 뒤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이사국 1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한미와 갈등을 빚어온 중국도 동의했다. 안보리의 북한 도발 비난 언론성명은 올해 들어 9번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북한이 또다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5일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우려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월 이른바 ‘우주관측위성’ 발사 이후 미사일 발사 계획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ICAO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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