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권수립기념일 맞아 8개월만에 5차 핵실험
역대최대 10kt위력… “경량화로 필요한만큼 생산”
실전배치 코앞에… 북핵정책 전면 수정 불가피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68주년)인 9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가 ‘핵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새로 제작한 소형 핵탄두의 위력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북한의 핵 실전 배치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것이어서 북핵 방어와 비핵화를 위한 외교 안보전략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경 함경북도 풍계리 일대에서 리히터 규모 약 5.0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됐다”면서 “위력은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최대 위력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이 한 해에 두 차례 핵실험을 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올 1월에도 4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이 평양 시간으로는 ‘9월 9일 오전 9시’를 기해 핵실험을 한 것은 정권수립일에 맞춘 대외 과시용 이벤트인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 “핵탄두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성명에서 “이번 핵시험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 로케트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 검토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TV 등이 전했다. 성명은 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핵탄두들을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고 핵무기 병기화가 더 높은 수준에 올라서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노동미사일과 같은 단·준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괌 미군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도 일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에도 사실상 성공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수뇌부를 겨냥해 응징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김정은과 북한 전쟁지도부를 직접 겨냥한 대량응징보복 개념의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체계를 도입해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함께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번 핵실험의 의도가 탄도미사일에 실어 날릴 수 있는 핵탄두 실전 능력의 조기 확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핵 소형화 달성 여부에 대해선 ‘상당한 수준에 근접했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했다.
북핵 위기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만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대남 핵 공격 위협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고 북핵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등 외교적 수단으로 북한의 핵 폭주를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왔다”며 “대북 핵 억제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군사적 조치를 1, 2년 안으로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인 대북 심리전과 자금줄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광일 전 국방부 정책실장(예비역 중장)은 “대북 심리전의 전면 시행과 대북 제재 강화로 김정은의 돈줄을 더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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