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유사시 평양 시내의 주석궁(금수산태양궁전) 일대를 초토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을 추진하는 것은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만으로는 북한의 핵 공격을 저지하기가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2020년대 초 킬체인이 구축된다고 해도 북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800여 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수시로 핵과 미사일 기지를 이동 배치하거나 ‘가짜 시설’을 설치해 한국과 미국의 감시망을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24시간 추적 감시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최근 SLBM과 노동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함으로써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또 유사시 북한이 서울 등 한국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핵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를 KAMD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완벽하게 요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이 발사한 핵미사일 10발 가운데 9발을 요격해도 나머지 1발이 서울에 떨어져 수만∼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핵 억지 효과는 ‘90%’가 아니라 ‘0%’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등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각개격파’하는 것보다는 ‘핵단추’를 거머쥔 김정은 및 그 지휘부를 대규모 타격으로 미리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다리나 몸통이 아닌 ‘머리’를 제거해 핵 지휘통제권은 물론이고 국가 기능을 완전하게 마비시키겠다는 것이 KMPR 작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이 KMPR 구상을 내놓은 것은 미군과의 공동 대응 공백을 메우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지 전략은 예방적 측면이 강하고, 실제로 가동되는 것은 북한의 공격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성과 무인정찰기, 감청망 등 우리 군의 대북감시전력을 총동원해 북 지휘부의 핵공격 명령이나 TEL의 동시다발적 발사태세 등 핵무기 사용 임박 징후가 확인되면 먼저 선제공격을 하고, 추후 대응을 미국과 함께한다는 뜻이다.
군은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최대 1000여 발의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군은 사거리별로 최대의 폭발력을 낼 수 있는 탄두의 개발 및 미사일 탑재도 조속히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재래식 타격이면 전술 핵 공격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김정은과 지휘부가 ‘핵단추’를 누르기 전에 주석궁 반경 수 km를 지도상에서 완전히 들어내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KMPR 작전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해 한미 정보당국은 김정은과 지휘부의 차량 및 열차, 항공기 이동 상황 등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대북 정보 공유 강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징후’를 갖고 평양 시내를 공격할 경우 사실상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우리 군 독자적으로 평양을 공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량응징보복의 실행보다는 ‘핵단추를 누르면 자멸’이라는 공포심을 김정은과 지휘부에 증폭시키는 효과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군이 갖고 있는 재래식탄두(0.5∼1t)로는 지하 20∼30m의 북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개정된 한미 미사일협정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300km로 줄이면 최대 2t의 고폭탄두까지 개발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짧아 전술적 효과가 작다. 따라서 사거리 5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도 탄두 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리도록 미국을 설득해 미사일 협정을 손봐야 하며, 미국의 GBU-57 벙커버스터(탄두 중량 2.7t)에 버금가는 대량 파괴 탄도미사일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