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한나라 후보경선때 北 1차 핵실험 이후 판세 변화
與 주자들 안보이슈로 존재 부각… 야권, 北비판하면서도 해법 고민
북한의 5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가 시간문제임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성취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안보 지형의 게임 룰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게임 체인저’인 셈이다. 이는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해결 능력이 대선 후보 검증 1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친 북핵 위험이 한국 대선 지형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다급해진 여권 주자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을 요구하는 강경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1일엔 이정현 대표가 직접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대선 주자들도 강경론에 올라타고 있다. 보수 지지층에 ‘안보 적임자’란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후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줄곧 우세했다. 하지만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이 나왔다. 이명박 후보가 치고 올라가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4·13총선 패배 이후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김무성 전 대표는 5차 핵실험 직후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미국의 전략 핵무기 재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할 때”라며 강경론을 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뿐”이라고 주장했다. 안보 위기 정국에서 존재감 부각에 나선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를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미국의 핵우산 강화, 전술 핵 배치와 같은 핵 무장론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골몰하는 야권 주자들
각종 현안에서 수세에 몰린 여권이 안보 위기로 공세의 고삐를 쥐면서 야권 주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구체적 대안 없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론만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가 민생 등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박근혜 정부 ‘실정론’도 힘을 잃게 된다.
지난달 독도, 백령도를 연이어 방문하며 ‘안보 우클릭’ 행보를 해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지금은 여야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북핵 문제를 풀려면 6자회담을 복원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의 유엔 제재 해제를 논의할 다자 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의원은 “지금은 북한 책임론이 크기 때문에 야권 주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핵 관리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 비판론이 나올 것이다. 야권 주자들이 대안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권의 ‘강경 대응론’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 한나라당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란 초대형 안보 이슈가 터진 뒤 3개월 만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여권의 강경 대응에 야권이 ‘전쟁이냐, 평화냐’로 선거 프레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권의 핵무장론에 “우리가 전시작전권도 안 갖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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