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어제 괌에서 한반도로 전개하려던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현지 기상악화로 하루 늦은 오늘 한국으로 출동한다. 강하게 분 옆바람 때문에 괌 기지에서 B-1B가 이륙을 못 했다고 미국은 밝혔다. 하지만 괌에서 민항기들은 어제 한 편도 결항 없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천후 전략 폭격기가 못 뜬 것이 정말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유사시라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개전 초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해 막대한 피해로 전황이 불리하게 전개됐을 것이다.
미국이 B-1B를 오산 기지 상공에 띄우는 것은 전략무기를 총동원해 한국을 미 본토 수준으로 방어하는 확장 억제 전략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핵폭탄 24발을 탑재하고 2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하는 B-1B가 처음 한반도에 투입되는 것은 강력한 대북 무력시위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자산 동원이 정말로 날씨에 좌우될 정도라면 김정은이 괌이 태풍권에 들어가는 기상악화 시기에 도발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게다가 북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위협하는데도 미국이 증원 전력을 한반도에 신속하게 보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군이 유사시 평양 주석궁 일대를 초토화하겠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을 공개한 것은 북의 핵 공격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공론화하는 한국의 핵개발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정부가 지금껏 강조했던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된다. 동맹인 미국이 동의하지 않을 텐데 감당하기 어려운 외교·경제상 제재가 따르는 선택을 하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미국이 1991년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다시 국내로 반입해야 한다는 대안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까닭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독일 등 5개 동맹국에 전술 핵탄두를 배치해 유사시 5개국 전투기에 탑재하는 ‘나토식 핵 공유 전략’을 한국에도 적용하자는 주장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1992년 비준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어긋나지만 북한의 핵무기가 완성 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이 선언은 실질적으로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은 연내로 예상되는 6차 핵실험을 마치는 대로 핵 보유 굳히기에 들어갈 태세다. 한미가 선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놓고 전략 검토를 면밀하게 해야 한다. 김정은의 의표를 찌르는 선제적 맞대응 카드 없이는 북핵에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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