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은 美책임… 제재만으론 해결 못해” 역주행하는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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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차 핵실험 이후]
中외교부-관영 언론-전문가들 … ‘북핵 中역할론’ 일제히 반격
“北붕괴보다 핵무장이 더 낫다”… 스인훙 런민대 교수, 北옹호 발언도
北 이용호, 유엔 방문길 베이징 도착… 중국 고위층과 접촉할지 주목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미국과 한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5차 핵실험을 저지른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에서는 광란의 북한 핵 질주를 막는 데 중국의 역할이 핵심적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중국은 역주행하는 듯한 모습이다.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꾸짖었던 4차 핵실험 직후와는 다른 양태여서 향후 대북 제재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얻는 데 험로가 예상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핵 개발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북 제재라는 일방적 조치가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1면 기사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9일 발언을 거론하며 “본말이 전도된 것이자 중국에 구정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신문은 “북한 핵 문제의 근원은 미국과 북한의 오랜 대립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분명히 아는 것”이라며 역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북한 외무성의 11일 대미 비난 성명은 “카터 장관의 뺨을 직접 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추시보는 이날 사설에서는 “지금 문제는 한국이 미국에 세뇌를 당해 대북 제재 강화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평양을 지도에서 없애겠다, 지도부 머리를 제거하겠다고 하니 북한의 6차 핵실험도 머지않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사설은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자 북한을 담판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추시보는 발행 부수가 240여만 부로 정부 정책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암시하고 중국 내부와 국제사회에 유리한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랴오닝(遼寧)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연구원은 환추시보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석유 등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고 무역을 단절할 것을 희망하지만 중국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져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 총회 참석 등을 위해 12일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이 5차 핵실험을 하루 앞둔 8일 베이징을 방문해 핵실험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외무상이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 고위층과 의견을 교환할지 주목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핵실험#중국역할론#이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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