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일찍 편 대선판… 문재인-안철수 “복기 끝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문재인-안철수 ‘반성문 경쟁’ 속내는

“당에 기반을 둔 대통령 선거를 하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한 번 실수는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2012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놓고 격돌했던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최근 지난 대선에 대한 ‘셀프 반성문’을 쓰고 있다. 모두 자성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내년 대선의 ‘리턴 매치’를 앞둔 주도권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 권력 의지 장착한 文, “이번엔 다르다”

문 전 대표는 11일 광주 지역위원장들과의 만찬에서 2012년 대선을 두고 “시민사회 대표 정도의 느낌으로 선거에 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7일 “지난 대선 때는 벼락치기로 했다”는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당시 안 전 대표와의 단일화를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지만 패한 것에 대한 반성인 셈이다.

이에 대해 친문(친문재인) 진영 핵심 의원은 “지난 대선에 대한 복기는 이미 끝냈다. 다만 이를 공개적으로 말할 기회가 없었다”며 “대선 캠프를 꾸리기 전 과거에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대선에서 드러난 약점과 문제점을 털어놓은 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새롭게 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싱크탱크 구성 및 캠프 준비를 시작한 문 전 대표 측은 ‘뉴(new) 문재인’을 핵심 콘셉트로 고려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지난번에 아쉽게 졌으니 한 번 더 도전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절대 안 된다”며 “지난 5년간의 경험과 강해진 권력 의지를 토대로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태도는 후보 단일화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단순한 재도전이 아니라 ‘변화한 문재인의 첫 선거’로 규정해 주도권을 쥐면서 ‘이번에는 양보 없다’는 안 전 대표 측을 압박하기 위한 속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단일화 일축한 安, “난 원래 승부사”

안 전 대표 측은 2012년 대선에서 짧은 준비 기간, 무소속 후보의 한계, 그로 인한 미숙함 등을 부족했던 점이라고 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1일 제주 방문 당시 기자들에게 “저는 원래 실수를 많이 한다. 하지만 한 번 한 실수는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2012년 대선 과정을 복기했느냐’는 질문에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4·13총선에서 호남 압승에 힘입어 3당 체제를 만들었고 정당 득표율 26.7%로 더민주당(25.5%)을 따돌린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중도 개혁 세력을 모으면 3자 구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안 전 대표는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대선 완주를 천명했다.

안 전 대표의 최근 대선 후보 지지율은 정치권 입문 이래 가장 낮은 8%대로 추락한 상태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걱정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일반인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저는 원래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13일 이례적으로 1시간짜리 TV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전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의 인터뷰어인 제정임 세명대 교수가 진행자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안철수#문재인#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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