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반기문, 러브콜 싫은 표정 아니었다” vs 정진석 “무슨 러브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7일 16시 43분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의 이번 방미의 최대 수혜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가 추석 명절 밥상에 반기문(대망론)을 올려놓아주지 않았나.”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뉴욕 총영사관 8층 회의실에선 방미 중인 정 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뉴욕 특파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전날 반 총장과의 면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반 총장은 유엔본부에서 가진 이들과의 만남에서 “총장 임기(올해 12월 31일)를 마치는 대로 1월 초·중순 경 귀국하고, 국민들에게 사무총장 10년의 활동을 보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반 총장이 (대권 도전 의사를) 직설적으로 밝힌 건 아니지만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자마자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을 위해) 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상당히 강하게 (대권 도전에 나서달라는) 러브 콜을 보냈는데 반 총장이 전혀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가 면담 중에 반 총장에게 “10년간 국제 외교무대 수장(首長)으로서 분쟁이나 갈등 해결에 경험을 쌓아왔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반 총장의 경험과 경륜을 필요로 하는 난제들이 많다.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미래 세대를 위해 써 달라”고 말했는데 이를 박 원내대표는 ‘(대권 도전에 나서달라는) 러브 콜’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현 시점에서 반 총장은 사무총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에 전념하고 있지, 내년 귀국 후의 구체적 활동을 염두에 두고 깊게 고민한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무슨 러브 콜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는 “내가 보기에도 러브 콜 맞다”며 “내가 ‘언제 한국으로 들어오시느냐’고 물었는데 단순히 ‘1월’이라고 하지 않고 ‘1월 중순 이전’이라고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걸 보고 상당히 (대권 도전을 위한) ‘계산된 타이밍’이라고 느꼈다. 반 총장이 곧바로 귀국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3월 이후에 들어온다면 했다면 ‘대권 생각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반 총장 측은 ‘대망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런 억측을 불식시키기 위해 반 총장이 퇴임 후 곧바로 한국에 안 들어가고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해외 활동에 주력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퇴임 후 곧바로 귀국한다는 반 총장의 발언이 대권 도전 의사를 굳힌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유엔 소식통들이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거의 늘 1위를 차지하는 데 대통령 적임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당이 달라서 ‘적합한지’를 대답하긴 어렵다. 다만 지지율이 지금 높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찬종 이회창 씨 등처럼 지지율이 제일 높았다가 대통령이 못 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반 총장은 아직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고 그래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제 면담에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검증 과정에서) ‘사무총장으로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기여 못했는데 한국 대통령으로 할 수 있겠느냐’는 부분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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