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에도 北-中 접경 더 붐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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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서 하루 트럭 500대 왕래
中, 통관검사 느슨… “작년보다 빈번”
압록강변엔 석탄 밀수 선박 수십척… 北, 개성공단 근로자들까지 中파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는커녕 4차 핵실험 뒤에 나온 유엔 안보리 제재 2270호의 이행조차 흐지부지하고 있다는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도시로 북-중 교역의 70% 이상이 이뤄지는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교포사업가 A 씨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는 세관이 통관검사를 깐깐하게 하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며 “5차 핵실험 이후에도 과거와 비교하면 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멀리 중앙정부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등 거창한 명분으로 제재한다고 하지만 압록강 다리를 오가는 트럭 한 대가 가고, 못 가고, 늦어지고 할 때마다 많은 이익이 달려 있기 때문에 북-중 무역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에서 북한인 계좌를 폐쇄하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금을 주고받는 거래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린(吉林) 성 훈춘(琿春)의 북-중 접경지역 사정에 밝은 B 씨도 “훈춘의 한 공장은 북한 근로자 400∼500명을 곧 데려와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핵실험 후 핵개발 자금 차단을 위해 북한 해외 근로자 파견 단속도 논의됐지만 중국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근로자들까지 쓸 수 있어 임금이 월 300달러 선에서 더 내려가 북한 근로자 고용 환경이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단둥 세관은 5차 핵실험 후에도 통관을 기다리는 트럭으로 큰 혼잡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무역상들은 “지난해보다 왕래가 빈번해졌다. 핵실험의 영향은 없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에도 매일 농업기계와 시멘트 등을 실은 트럭 약 400대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출발하고 북한에서도 약 100대의 트럭이 중국으로 건너온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단둥 외곽 지역의 압록강 변에는 밀수를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선 수십 척이 정박해 있다”고 전했다. 석탄의 경우 세관을 거치지 않고 밤에 서해상에서 짐을 옮겨 싣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특히 신의주 당일치기 여행이 인기여서 하루 790위안(약 13만4000원) 여행 상품은 하루 400여 명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주 러시아(12일) 한국(13일) 일본(14일) 외교장관과 차례로 전화 회담을 갖고 5차 핵실험(9일)을 한 북한에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기존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북핵실험#대북제재#북중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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