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차 핵실험 이후 핵 위협을 앞세워 서북 도서의 선제타격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도서 부대의 기습 강점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남북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최대 열점(熱點)지역’에서 대남 핵 공격을 내세워 기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해 NLL 이북 해안과 황해도 내륙 지역에는 북한군 4군단 예하의 방사포(다연장로켓포)와 해안포, 미사일 부대가 집중 배치돼 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 도서의 한국군 해병부대를 겨냥해 화력을 크게 증강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백령도와 연평도는 북한에 목과 허리를 겨누는 비수”라며 “2010년도 연평도 포격 도발도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이후 우리 군도 서북 도서 부대에 포병 전력과 공격 헬기, 정밀타격무기 등을 증강 배치하는 등 ‘맞불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군과 화력 면에서 ‘공포의 균형’을 이뤄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이 같은 대응전술이 효용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대남 핵 타격의 실행을 이유로 서북 도서를 겨냥해 ‘위험한 도박’을 강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북한군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 포격한 뒤 한국군이 무력 대응을 하면 핵으로 보복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내 북핵 공포를 극대화하고, 대북 보복 여부를 둘러싼 남남 갈등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해 5도 동쪽 맨 끝자락인 우도의 기습 강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특수전 병력을 태운 공기부양정을 대거 동원해 우도를 기습 점령한 뒤 핵 타격 위협으로 아군의 보복을 주저하게 만드는 시나리오를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서해 NLL 남쪽에서 불과 6km 떨어진 우도는 인천과 서해 5도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핵 공격 여부를 떠나 핵무기 자체의 대남 억지력을 시험해 볼 계기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라며 “그 ‘0순위’가 서북 도서 도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이상훈 해병대사령관 등이 추석 연휴 기간 백령도와 연평도, 우도를 잇달아 찾아 대북감시태세를 집중 점검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한편 북한이 이달 초 발사한 노동미사일 3발은 약 1000km를 비행한 뒤 모두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 지름 1km 해상구역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알려진 노동미사일의 원형공산오차(CEP·발사된 미사일 가운데 절반이 떨어지는 반경) 2∼4km보다 정확도가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동체에 성능이 개선된 유도장치를 탑재하고, 별도의 핀 날개를 부착해 비행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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