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김민석 대표의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와 김 대표는 1955년 9월 18일 더민주당의 뿌리인 민주당을 창당했던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통합을 발표했다. 추 대표는 “이 무능한 정부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은 통합”이라며 “조각난 국민의 통합이고 흩어진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민주당과 ‘민주당’이라는 이름 말고는 가진 게 없는 꼬마당의 통합은 원칙도, 명분도 없다.
김 대표의 민주당은 2014년 3월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합당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당 해산 신고서를 내자마자 당명을 선점했다. 정상적인 정당 역할을 하지 못해 ‘알박기 당’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김민새(김민석+철새)’로 불렸던 김 대표는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당을 떠났다. 추 대표가 통합당의 약칭을 ‘민주당’과 ‘더민주’ 둘 다 쓸 수 있다고 밝힌 것부터 졸속임을 증명한다.
추 대표는 불발에 그쳤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하고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만나 통합 행보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추 대표가 ‘국민 통합’을 말하려면 전시성 행사나 명분 없는 야합보다는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제1야당답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추 대표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시절 당 강령의 전문(前文)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삭제하려던 방침에 반대해 이를 다시 집어넣었다. 서해평화지대가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의 빌미로 악용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국이 중국, 북한과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는 터에 국익을 생각한다면 사드 배치 찬성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더민주당과 그 전신인 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날밤을 지새웠다. 이 정부를 무능하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노동개혁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무능한 정부로 만든 것부터 자성해야 한다. 해공 선생이나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 같은 민주당 창당 주역들은 ‘나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를 앞세워 몸소 실천하는 자세를 보였다. 환갑을 지나 진갑(進甲)을 맞은 더민주당의 지도자들은 야당의 전통을 세운 정치 거목들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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