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 민주당은 우리의 뿌리이고, 그 이름은 당연히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
9월 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당 관계자는 “추 대표의 말에 최고위원들도 찬성했다”고 전했다. 추 대표가 사실상 실체는 없이 이름만 갖고 있는 원외 민주당과의 정치적 통합 카드를 꺼내 든 것은 1차적으론 ‘야권 통합’을 노린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정통 야당의 자리를 차지해 국민의당을 제치고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년 6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
8·27전당대회 선거 운동 기간에 ‘야권 통합’을 약속했던 추 대표는 취임 이후 김 대표의 민주당과 접촉을 시작했다. 김 대표와의 ‘핫라인’이 가동됐고, 안규백 사무총장도 통합 협상에 가세했다. 세 사람은 과거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에 함께 몸담았던 인연이 있다.
실무 협상에 참여했던 한 당직자는 18일 “김 대표가 ‘백의종군하겠다’며 통합에 별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18일이 해공 신익희 선생이 민주당을 창당한 지 61주년(1955년 9월 18일 창당)이 되는 날이니, 생가를 함께 방문해 통합을 발표하자”고 제의함에 따라 이날 전격적으로 통합 선언이 이뤄졌다.
추 대표는 “정치적으론 통합 선언, 법적으로는 흡수 합당”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당은 다시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더민주당은 2012년 대선은 ‘민주통합당’, 2014년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2016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각각 선거를 치렀다.
○ 고토(古土) 회복 가능할까
추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우리 정통 지지층의 산실로, 소나무 같은 당명이다”라며 “그런 당명을 회복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 호남 의원은 “121석의 정당과 1석도 없는 원외 정당의 통합이 격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오로지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상징성이 있다”라며 “국민의당과 경쟁하고 있는 호남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호남 지지층과, 민주당에 대한 향수가 있는 50대 이상 야권 지지층을 다시 잡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추 대표의 확고한 목표는 ‘고토(古土) 회복’이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02년 대선후보 단일화 국면 당시 정몽준 후보 측에 합류하는 등 친노·친문 진영과 악연이 깊다. 친노 측으로부터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비난까지 들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셈이다. 추 대표는 “문 전 대표와 다른 분들의 고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름의 복원이 전통적 지지층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 대표는 “지금 민주당과의 통합은 소(小)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DJ가) 정치가 생물이라고 했듯, 더민주당이 넓게 나가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하는 가을 전어의 역할을 하겠다는 추 대표의 구상이 어느 정도 먹힐지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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